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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는 제2의 단통법?

Posted October. 22, 20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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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1일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제2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은 도서정가제를 더 강화했다. 현재는 새로 나온 책만 19% 이상 싸게 팔 수 없는데, 개정안은 신간이든 구간이든 15% 이상 할인할 수 없게 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할인 경쟁으로 동네 서점이 다 죽고 출판업계도 고사()하는 것을 막아 보자는 취지다.

출판유통업계는 개정안의 과태료가 100만 원으로 너무 적고 경품 같은 유사 할인에 대한 규제가 없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단통법 시행으로 모든 소비자가 더 비싸게 휴대전화를 사게 되고 시장은 침체해 업자들도 울상인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출판업계는 제 살 깎기 경쟁을 막기 위해 정부에 더 강하게 규제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시행을 앞두고 대대적인 할인 경쟁에 나섰다. 법 시행 직전 할인 경쟁이 불붙은 것까지 단통법과 똑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절반 정도가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절반은 하지 않는다. 미국 영국은 자유가격제이고 프랑스 독일 스웨덴은 엄격한 정가제를 실시한다. 미영은 세계적인 규모의 출판사들이 생겨난 대신 상위 20개 출판사가 매출의 97%를 차지한다. 유럽은 정가제로 작은 출판사와 서점들을 살렸지만 세계적 출판회사가 별로 없다. 대형마트를 막으면 재래시장이 살겠느냐는 논쟁과 비슷하다.

다양한 문화와 콘텐츠가 꽃필 수 있도록 보호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모바일 동영상과 전자책(e북) 시장이 점점 커지는 21세기에 도서정가제가 책 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많은 국민들이 좀 더 쉽게 책을 읽고 출판시장을 살리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전국 800여 개 공공도서관은 1년에 650억 원어치의 책을 구입한다. 이를 3000억 원 정도로 늘리면 출판계도 돕고 국민들의 교양을 높이는 데도 좋을 것이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