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에 사는 고려인들이 7일 자동차를 타고 러시아(모스크바시베리아하산)를 거쳐 남북한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시도하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고려인 자동차 대장정을 추진해온 전()러시아고려인연합회(이하 고려인협회)와 러시아 극동개발부는 이날 오전 11시(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자동차랠리 개막식을 열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조 바실리 고려인협회 회장은 고려인 자동차 대장정이 남북한 통일과 남북 관계를 푸는 데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인 대장정은 한인 러시아 이주 150주년 행사의 하나로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조선시대 말 제정러시아 연해주에 거주하던 한인들은 이오시프 스탈린이 통치하던 1930년대 일본의 첩자 등의 누명을 쓰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강제 이주당했다. 러시아 정부는 1991년 12월 옛 소련 붕괴 이후부터 소련 시절 탄압받았던 고려인들에게 복권 조치를 내렸다.
이날 개막식이 끝나자 고려인 30여 명은 모스크바에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 12대를 나눠 타고 9300km에 이르는 대장정에 올랐다. 이들은 이달 하순경 시베리아 중심 도시인 이르쿠츠크를 거쳐 8월 7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계획이다.
고려인들은 러시아-북한 접경지역인 러시아 하산 역에서 자동차를 기차에 싣고 두만강을 건넌 뒤 8월 15일 MDL을 통과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개막식에 나온 고려인들은 이미 북한 측으로부터 MDL 통과에 대한 구두 승인 통보를 받았다며 북한과 남한까지 이어지는 자동차 랠리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일본과 스탈린에게 억압받던 고려인들의 한과 염원이 담긴 대장정이라며 고려인들을 태운 자동차가 휴전선을 통과하는 순간 남북한 모두가 통일 문제를 새롭게 보고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까지 MDL 통과에 필요한 문서를 고려인협회나 대장정 팀에 건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러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조율에 나섰지만 북한 측이 고려인협회와 MDL 통과에 대한 협의를 끝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MDL 어느 구간을 통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 회장은 자동차 랠리팀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때까지 북한이 MDL 통과를 허가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대장정팀의 MDL 통과가 무산되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고려인과 자동차를 선박에 태워 강원 동해시나 부산시로 안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위용 viyonz@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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