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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천하 D-4

Posted July. 17, 201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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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를 못 이기면 살아도 산 게 아니다고 말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신감을 갖고 한동안 거론하지 않은 평화헌법 9조 개정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총선 후 외국 방문 일정도 줄줄이 확정하고 있다. 이는 1년마다 바뀌는 단명 총리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산케이신문이 16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 공명 연립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70석 이상을 확보해 이번에 바꾸지 않는 의석을 합쳐 참의원 상임위원장 독점이 가능한 의석(129석)을 너끈히 확보할 것으로 나타났다. 참의원은 3년마다 전체 정원 242석의 절반인 121석씩을 선출한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단독으로도 6473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의석인 34석의 2배 규모다. 특히 자민당은 당선자가 한 명만 나와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전국 31개 1인 선거구에서는 이와테() 현과 오키나와() 현을 제외한 나머지 29개 선거구를 석권할 것으로 점쳐졌다. 당선자를 25명 뽑는 16개 복수 선거구에서도 출마한 후보자는 전원이 당선할 것으로 전망됐다. 당내에서는 후보자를 더 많이 냈어야 한다며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을 원망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48석) 당선자 수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 압승했던 2001년의 20석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제1당이던 민주당은 새로 뽑는 의석의 절반 이하인 16석 안팎을 얻는 데 그쳐 몰락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중 거의 유일하게 자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공산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약진해 9석을 얻을 것으로 점쳐졌다.

자민당의 압승이 굳어지자 아베 총리는 15일 방영된 나가사키() 국제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헌법 9조를 개정하고 (자위대의) 존재와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모습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고 하지만 국외에서는 군대로 인식되고 있다. 군대로 인식되지 않으면 국제법의 사회에서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9조 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재정립한다는 당론을 재확인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4일 참의원 선거 공시 이후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홍보에 집중해왔다. 국민의 반감이 적지 않은 9조 개헌을 굳이 언급해 표를 잃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그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개헌 깃발을 다시 내건 것은 그만큼 판세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직후인 25일부터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8월 하순에는 쿠웨이트와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중동 순방에 나선다. 9월 5, 6일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어 곧바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날아가 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도쿄가 유치를 신청한 2020년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된다. 아사히신문은 선거 후 외교 일정이 이처럼 미리 확정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2006년부터는 매년 총리가 바뀌어 미국 등 주요국과 정상회담을 한 차례 모두 돌면 퇴진하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도쿄=배극인.박형준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