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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공직기강 바로 세워 제2의 윤창중 솎아내야

청와대 공직기강 바로 세워 제2의 윤창중 솎아내야

Posted May. 14, 201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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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사과했다. 박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러운 일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를 범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어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는 윤씨 경질에 그치지 않고 진실을 명확하게 밝혀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피해 여성과 가족 그리고 교민사회가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격()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참모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대통령에게 만 하루가 지나서야 늑장 보고한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따져야 한다. 청와대 일각에선 대통령에게 직보할 참모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기회에 보고와 소통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복()은 국민의 심부름꾼이지 권력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청와대엔 공직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떠나는 의원보좌관과 언론인, 교수 출신 등 공직 개념이 희박한 참모들에게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순방을 바람 쐰다는 기분으로 소풍 삼아 나온 참모들이 사고를 치기 쉽다.

이번 사건으로 방미 성과가 가려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시중에서는 윤 씨 경질을 방미 성과의 하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의 입이 돼야 할 대변인이 할일이 없고 왕따를 당하다 보니 상하원 합동회의가 있는 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배회하다 사고를 친 것은 아닌가. 이번 기회에 홍보수석실을 포함해 비서실에 또 문제가 될만한 참모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윤 씨가 낙마하면서 주변과 화합하지 못하는 성격과 지나친 음주 같은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수행하면서 술에 젖어 사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걸러지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윤 씨는 이번 순방 때 자주 짜증을 내면서 하인 부리듯 현지 대사관 직원들을 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세상의 평판을 무시하고 윤 씨를 고집했다는 점에서 예고된 사고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 보듯 초장에 공직기강을 제대로 다잡지 못하면 남은 임기 내내 크고 작은 돌발사고가 그치지 않는다. 공직기강 확립에 정권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