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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회비 100만원 아시죠? (일)

Posted October. 25, 2010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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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특목고에 입학한 A 군의 어머니는 입학식이 열리기 2개월 전인 올 1월 학부모회 회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학부모회비 100만 원을 입금하라는 전화였다. 회장은 내용은 비공식적인 것이라 공개할 수 없고, 선배들도 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 군의 어머니가 이해할 수도 없고 부담돼 못 내겠다고 하자 회장은 아이들 간식비, 스승의 날 선물비, 학교 홍보 및 입시설명회 비용, 견학비, 선배들 졸업선물, 학부모 간담회비 등으로 사용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A 군의 어머니가 다시 그런 형태의 찬조금이라면 낼 수 없다고 하자 회장은 당신이 회장을 맡아라. 돈 없이 할 수 있으면 해보라며 화를 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적발된 찬조금은 전국 63개 초중고교에서 34억8400만 원이었다. 찬조금은 교사 선물비와 회식비, 야간 자율학습 지도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가 걷어 제공하는 돈으로 모두 불법이다.

교육계에서는 적발된 찬조금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학부모들이 소소하게 거두는 금액까지 합하면 찬조금 규모는 엄청나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모 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박부희 상담실장은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직접 돈을 거두는 것은 줄었는지 몰라도 학부모들이 마치 자발적으로 내는 것 같은 모양새의 찬조금은 없어지기 않았다며 특히 학기 초 학부모총회에서 간식비나 행사비 등의 명목으로 거두는 찬조금은 당연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올 3월부터 이 단체에 접수된 불법 찬조금 상담 건수는 45건으로 이 중 80%(36건)는 35월에 집중돼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학기 초 학부모 한 명에게 걷는 돈은 평균 10만30만 원 정도다. 박 실장은 학부모들은 찬조금을 안 내면 유별난 엄마로 찍히거나 자녀가 왕따를 당할 수 있어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B 씨는 학생회장 엄마가 회비 20만 원을 송금하라며 문자로 계좌번호를 남겼는데 내지 않았다며 얼마 전 전교에서 (회비를) 당신 아이만 안 냈다. 체육대회 때 간식까지 먹었으면 돈을 내야 할 것 아니냐며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학부모회장이나 학생회장부회장 엄마 등 일부 학부모들이 찬조금을 모두 부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박 실장은 올해 대원외고 불법 찬조금 모금 사건 이후 모두 학부모에게 거두는 건 증거도 남고 여론화되기 쉬우니 일부에게 과중시키는 편법이 늘었다며 이 경우 공범의식 때문에 제보하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 모 고등학교 학부모대의원인 C 씨는 5월 학부모회장으로부터 찬조금 100만 원을 요구받았다. C 씨는 지난해에는 대의원들은 30만 원, 자녀가 (학급) 회장부회장이면 50만 원씩 거뒀다며 올해는 불법찬조금 문제가 이슈화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게 불편해 적은 인원만 걷으려 하다 보니 액수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회장이 내 계좌로 입금하지 말고 행정실에 익명으로 학교발전기금으로 접수시키라고 방법까지 알려줬다고 전했다. C 씨는 학교장은 절대 불법 찬조금을 걷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아이가)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3년간 매년 이런 식으로 돈을 걷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맡긴다는 생각에 약자가 된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입시 때문에 더 그렇다며 일상적이라는 이유로 관행을 깨지 않으면 불법 찬조금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