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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완료형? 이란은 진행형? (일)

Posted August. 10, 20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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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상 구현을 최고의 외교안보정책 어젠다로 내세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란의 핵 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쏟는 관심이 북한에 대한 관심을 훨씬 능가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제재의 강도와 실질적인 효과 역시 이란에 대한 것이 대북 제재보다 한결 강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단 제재 형식에서 이란 제재는 정식 법률의 형태를 띠고 있다. 포괄적 이란제재법(Iran Sanctions Act)은 미국 상하 양원을 통과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하면서 법률이 된 것. 반면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718호와 1874호 결의와 관련해 취하고 있는 독자적인 대북 제재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란 및 북한에 대한 제재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다소 차별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이란의 핵개발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북한이 이미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의 반열에 들어간 것과 달리 이란은 아직까지 되돌릴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 올해 첫 핵 정상회의를 주재했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강화를 역설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재임 중에 이란이 핵개발에 나서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정학적인 측면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이란이 핵 개발에 성공해 핵보유국이 될 경우 이스라엘-이란-파키스탄-인도-중국-북한 등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핵벨트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경우 주변국들의 연쇄적인 핵개발을 막을 명분을 찾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은 가장 강력한 맹방인 중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견제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역시 군사적 목적의 핵무기 개발에 즉각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는 편이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8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이란보다 훨씬 더 긴 역사를 가진 사안이라며 두 문제가 좀 다른 사안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이란에 분명하게 기회를 줬지만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우리가 추진하는 제재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돌려놓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개발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강력한 압박에 적지 않게 놀랐을 것이고 자국에 대해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청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