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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교역중단보다 반한정서가 더 걱정 (일)

당장 교역중단보다 반한정서가 더 걱정 (일)

Posted August. 04, 201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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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대() 이란 경제제재에 한국이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이란과의 경제교역은 물론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즉답을 피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어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경제적 피해도 우려되지만 이란 제재 후 양국간 관계가 정상화되더라도 후폭풍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더 걱정하고 있다.

미국, 이란 제재 동참요구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은 3일 오전 기획재정부를 찾아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을 비롯한 당국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김 국장은 면담이 끝난 뒤 대북 금융제재 및 대 이란 제재와 관련해 미국 측이 내용을 설명했으며 한국 정부도 동참하는 의미에서 협조해달라는 자리였다며 미국 측이 주로 이란 제재 법안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아인혼 조정관의 이란 제재 동참 요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929호(6월 9일)와 미국 대통령이 7월 1일 서명해 발효된 독자적인 이란 제재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는 모든 회원국의 의무사항이어서 한국도 이행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미국 단독의 이란 제재법이라는 게 외교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란 제재법은 이란의 석유, 가스 개발과 관련한 투자와 계약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단순 용역 제공까지 차단하고 있다. 또 이란 기업 및 은행과도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를 위반하면 미국 은행과의 거래까지 제한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은행과의 거래를 제한당할 수 있는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이란 기업 및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미 정부로부터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이란의 멜라트은행을 포함해 13개 금융회사와의 거래를 금지시켰다.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시중은행을 통해 이란 기업과 거래할 때 이들 13개 금융회사를 주요 창구로 활용하고 있어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자금 결제에 애를 먹고 있다.

경제교역 차질 불가피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추진하는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작업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채권단은 그동안 이란계 다국적 가전유통회사면서 중동 최대 가전업체인 엔텍합 인더스트리얼 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가격 조정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이 나온 뒤 유럽연합(EU), 호주, 캐나다 등이 동참하면서 채권단 내부의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채권단의 고위 관계자는 이란 제재에 우리도 동참하기로 결정하면 국내 기업을 이란 업체에 매각하겠다는 기존 결정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엔텍합과 매각 대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미 정부로부터 제재 대상에 오른 13개 금융회사가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

현지 진출 기업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철강, 화학제품 등의 거래가 활발한 중동의 거점시장으로 두바이와 함께 주요 종합상사들의 지사가 밀집된 곳이다. 또 원유가스 개발과 연계돼 화학 및 건설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발주되는 플랜트 유망시장이어서 건설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KOTRA에 따르면 대기업만 하더라도 삼성물산 LG상사 SK네트웍스 GS건설 대림산업 STX 두산중공업 등 18곳이 이란에 진출해있다.

이란 제재 뒷일이 더 걱정

전문가들은 양국간 관계가 정상화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계속될 것을 우려한다. 2005년 미국이 주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 관련 결의안을 한국이 찬성하자 이란은 그해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한국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지난해 이란으로의 수출액은 39억9200만 달러에 이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대() 중동 수출 비중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어서 제재에 동참한다면 국내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반()한국 정서가 확산될 경우 중동 전체에서 국내 기업이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이란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더라도 어려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기업이 거래를 못하는 사이에 경쟁국 기업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이란 정부 및 거래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시장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