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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묵은쌀 사료

Posted July. 12, 2010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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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보릿고개에서 벗어난 건 농촌진흥청이 개발해 1971년 본격 보급한 통일벼 덕분이다. 통일벼는 수확량이 일반 벼보다 40% 많았다. 박정희 정부는 쌀 자급에 성공하자 1974년 매주 두 차례의 무미일(분식일)을 폐지하고 14년 만에 쌀 막걸리 제조를 허용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136kg)까지는 매년 늘어나다가 1984년(130kg) 이후 매년 줄었다. 남아도는 쌀 걱정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1인당 소비량은 74kg에 불과하다.

올해 농사 후 쌀 재고는 140만t으로 적정량 72만t의 약 2배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공공비축 및 쌀값 떠받치기 용도로 쌀을 매입한 대금이 1조3000억 원이 넘는다. 사들인 쌀을 보관하는데 570억 원이 들었다. 올해 햅쌀을 사들이면 보관할 창고도 부족하다. 정부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을 주정 원료로 활용하고 쌀 음식을 다양하게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쌀 소비가 크게 늘지는 않는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6일 연간 36만t의 묵은쌀을 가축 사료로 쓰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정용 쌀을 1kg당 230원에 넘기지만 사료용으로는 250270원 받을 수 있어 재정 손실이 줄어들고 사료용 옥수수 수입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일본은 1999년 쌀 시장을 개방할 때 수확 후 2년 넘은 쌀은 가공용, 3년 넘은 쌀은 사료용으로 처분할 수 있게 했다. 6년 전부터는 배합사료 값 폭등에 대비해 사료용 쌀 품종을 개발해 쌀 돼지도 키우고 있다. 하지만 묵은쌀 사료가 국민의 정서적 거부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사람도 못먹던 쌀을 소 돼지에 먹인다니 하는 비난이 들려온다.

탈북시인 장진성이 쓴 우리의 밥은이라는 시는 우리의 밥은/쌀밥이 아니다/나무다/나무껍질이다/우리의 밥은/산에서 자란다라고 울부짖는다. 매년 춘궁기마다 북한 주민이 산으로 들로 풀뿌리를 캐고 나무껍질을 벗기러 다니는 처참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민주당은 사료화 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대북 지원을 재개하라고 주장했지만 천안함을 폭침()시켜놓고 시치미를 떼는 북한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쌀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