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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빙속 왜 두각? (일)

Posted February. 18, 20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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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연일 깜짝 금메달 소식을 전하고 있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이번 대회 갑자기 실력이 폭발적으로 좋아진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엔 밴쿠버라는 지리적 특성에서 오는 공기역학의 비밀,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는 지원 시스템의 결실이 큰 역할을 했다. 이번 대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주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짚어본다.

공기역학의 비밀

최고 시속 60km의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에선 공기저항이 경기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 공기저항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 밴쿠버의 낮은 고도, 라이벌보다 작은 한국 선수의 체격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17일 세계 랭킹 1, 2위인 독일의 예니 울프, 중국의 왕베이싱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딴 이상화(21한국체대)의 경우 체격이 가장 작다. 이상화는 163cm 58kg, 울프는 172cm 72kg, 왕베이싱은 172cm 64kg.

밴쿠버는 해발 4m 정도로 거의 해수면 높이다. 전문가들이 이번 올림픽 빙상 종목에서 신기록을 기대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밴쿠버의 낮은 고도 때문이다. 현재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최고 기록은 대부분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작성됐다. 솔트레이크시티는 해발 1288m.

고도에 따라 공기밀도가 달라지는데 고도가 305m 높아질 때마다 공기밀도는 3%씩 낮아진다. 따라서 고도가 1220m인 곳보다 고도가 0m인 곳은 공기밀도가 12%나 낮은 것.

또 공기저항은 공기밀도와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에 비례하고 물체의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얼음을 지칠 때 허리를 굽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이클 선수들이 앞으로 바짝 엎드려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를 밴쿠버에 적용하면 선수들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경기할 때보다 12% 정도 더 많은 공기저항을 뚫고 경기해야 한다. 그럴 때 면적이 중요한 변수인 만큼 체격이 작은 이상화가 유리하다. 반면 공기저항이 적은 곳에선 체격 차가 상대적으로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5차 대회 때 1위를 한 울프의 기록은 37초00. 왕베이싱이 37초14로 2위, 이상화가 37초24로 3위였다.

이번 올림픽에선 1차 시기 기준으로 이상화가 38초24, 울프가 38초30, 왕베이싱이 38초48이었다. 솔트레이크시티 기록에서 울프가 1초30이나 느린 기록이 나온 반면 이상화는 1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결국 이 0.3초의 차이가 메달 색깔을 바꾼 것.

송용규 한국항공대 항공기계공학과 교수는 실력이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공기저항이 높은 환경에선 체격이 적은 선수가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체육과학연구원의 성봉주 박사는 작은 체격의 선수들은 무게중심이 낮고 힘을 발현할 때도 동작이 작아 빨리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형 지원시스템

빙상은 선진국형 스포츠에 속한다. 예전의 헝그리 정신이나 불굴의 투혼만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종목이다. 대대적인 자본 투자와 첨단 스포츠과학이 뒤따라야 발전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것.

체육과학연구원 정책개발실의 이용식 실장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선진국형 스포츠의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 20년이 넘게 흐르면서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몇 년 전에 이미 밴쿠버 프로젝트를 수립한 뒤 2010년 겨울올림픽 빙상 3대 종목에서 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국내 빙상대회를 활성화하고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파견하는 등 꿈나무 발굴과 육성에 힘을 쏟아왔다.

연맹 박성인 회장은 삼성이 연맹을 맡아 13년 동안 꾸준히 지원한 것이 결실을 보고 있다. 연맹은 최근 매년 30여 차례의 해외 경기나 전지훈련을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