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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위치 즉각 확인 못해 (일)

Posted January. 29, 20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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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8일 이틀째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겨냥해 해안포 도발을 잇달아 감행했지만 한국군은 북한의 공격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것은 물론 공격을 당한 뒤 즉각적인 보복타격도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북한군이 27일 오전 9시 5분부터 NLL 해상을 조준해 해안포를 발사하기 시작했지만 한국군은 사전에 이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군은 백령도에 배치된 레이더에 정체불명의 비행궤적이 포착되자 지대공 방어무기인 벌컨포로 100여 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북한이 발사한 해안포 수십 발은 NLL 인근 해상에 떨어졌지만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한국군은 하늘을 향해 사격을 가한 것이었다. 이후 30여 분 뒤 한국군은 경고통신으로 북측에 해안포 사격 중지를 요청했다.

군 소식통은 발사 준비부터 실제 사격까지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해안포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북한군의 통신 감청 등으로 파악할 수도 있지만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어 거짓 정보를 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군 당국은 북한이 NLL 이남의 남한 지역을 공격할 경우 육해공 전력을 총동원해 북한의 공격지점을 정밀 타격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해안포 도발사태를 분석해보면 한국군이 즉시 보복 타격을 할 수 있는지 의문시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북한이 27일 아침과 낮, 밤에 걸쳐 NLL을 향해 해안포를 발사하는 동안 한국군은 구체적인 발사 지점과 탄종, 포탄 수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 군 고위 당국자는 당시 NLL 인근 해상과 북한 서해 지역에 짙은 안개가 끼는 등 기상이 나빴고 북한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해안포를 발사해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해병부대가 주둔한 백령도 등 서해5도를 무력침공하거나 도발을 감행한다면 전술적으로 기상이 나쁜 시기를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기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우발적 충돌을 가장해 NLL 이남 지역을 해안포로 기습 공격할 경우 이번처럼 정확한 발사지점이 즉각 파악되지 않는다면 군 당국으로서는 섣불리 보복타격을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 같은 조건 아래에서 서해 전역은 물론이고 육상으로 확전될 우려를 무릅쓰고 군에 맞대응을 주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서해지역에 북한의 해안포에 대응하는 감시 및 대비전력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제기된다.

육상의 경우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서울 등 수도권을 향해 집중 배치된 북한군의 장사정포에 대비해 한국군은 대포병 레이더(AN-TPQ 3637)를 다수 배치해놓았다. 이 레이더는 북한이 발사한 장사정포의 포탄이 남측 지역에 떨어지면 그 궤도를 역추적해 정확한 발사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불과 몇 분 안에 다연장로켓포(MLRS)와 자주포 등 한미 연합포병전력이 보복타격에 들어간다. 북한도 이런 능력을 잘 알기 때문에 섣불리 장사정포로 도발할 수 없다.

백령도와 연평도에도 최대 사거리 40km의 K-9 자주포와 일부 대포병 레이더가 배치됐지만 수나 성능 면에서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최신형 대포병 레이더와 북한군 해안포 진지를 24시간 정밀 관측할 수 있는 고성능 무인정찰기(UAV) 등이 추가로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군 정보소식통은 북한이 이번에 도발한 주요 목적은 유사시 아군 서해전력의 해안포 대응 능력과 수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여러 차례 발사한 해안포에 대한 한국군의 시간별 대응 절차와 상황, 소요시간 등을 정밀 분석하면 앞으로 서해지역의 기습적 국지도발을 위한 주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상호 박민혁 ysh1005@donga.com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