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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앵커의 조건

Posted July. 22, 200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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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재선거에서 당선된 지 77일만인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당선자 5명을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경제 살리기와 무관하고 정치적 파국을 몰고 올 언론법을 국회가 처리하지 않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인사말과 무관한 인사말에 기습당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만해라고 소리쳤다. 민주당은 MBC 뉴스 앵커 출신다운 인상적 메시지로 판단한 듯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맞고함 쳤다.

17일 타계한 미국의 전설적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는 평소 앵커는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이지 평론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스를 마치면서 늘 세상 일이 다 그렇고 그런 겁니다라는 마무리 멘트를 했다. 본 대로 사실만을 보도한다는 기자 최고의 이상을 요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1962년부터 1981년까지 최장수 앵커로 신뢰를 받은 것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크롱카이트는 앵커가 평가받는 기준을 설정했다고 평가한 것도 그가 생명처럼 지켜온 객관성에서 나왔다.

2008년 3월부터 13개월간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한 신경민 씨는 종영 직전 30초를 개인용 코멘트 코너로 활용했다. 고향에서 공천 투쟁한 정동영 전 장관이나, 끝까지 막아서는 투쟁을 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나 답답하고 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눈에 보인 형님과 현실에 움직인 형님은 한참 달랐다는 진실이 또 드러나고 있습니다. 앵커를 하던 지난 3월 그는 한 인터뷰에서 민주당으로부터 재선거 출마 제의를 받은 게 사실이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방송을 어떤 도구로 여긴다는 점에서 MBC와 민주당은 통하는 게 아닐까.

작년 말 뉴스데스크의 박혜진 앵커는 진행 중 방송법을 비판하는 개인적 견해를 밝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을 사적인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데 사용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MBC 앵커들은 어제부터 미디어법에 반대하는 파업에 나서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 그러고 나서 또 객관적인 양 무표정한 얼굴로 뉴스를 진행할 수 있을지, 그런 뉴스를 시청자가 과연 믿을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