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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피로 그린 소말리아 지옥도

Posted February. 24, 2009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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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위험한 곳은 없다. (이보다) 더한 지옥도 없다.

미국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최신호(34월호)에서 해적들의 무자비한 선박 납치로 최근 외신의 단골 메뉴가 되고 있는 동아프리카의 버려진 나라 소말리아의 참상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 동아프리카지부 제프리 게틀맨 지부장은 르포기사를 통해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소름끼치는 현장도 많이 다녔지만 이곳만큼 두렵지 않았다며 국가가 아니라 무법천지이자 무정부 공간 그 자체라고 전했다. 그는 매번 무장경호원 10여 명과 함께 최근 2년 반 동안 12차례 이상 소말리아를 방문 취재해 왔다. 그의 글을 소개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살육=불에 그을리고 총알구멍이 숭숭 뚫린 건물들로 뒤덮인 도시. 한때 인도양의 보석이라 불렸던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되어 잊혀진 도시가 됐다. 시도 때도 없이 자살폭탄 테러와 총격전, 처형이 횡행하고 때로 미국의 순항 미사일까지 날아와 터진다. 바레 독재정부가 전복된 1991년 이후 18년 동안 계속되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어디서 납치될지, 머리에 총알이 박힐지 알 수 없다. 63만7657km(남한의 6배 반)에 이르는 큰 영토를 가진 나라 전체가 피바다이자 전쟁터다.

2004년 성립된 과도정부의 통치력은 현재 모가디슈 일부 지역밖에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지역에는 돈 몇 푼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여자들을 강간하는 군벌, 해적, 이슬람 과격 테러분자, 프리랜서 총잡이들이 득실댄다. 매년 2만 척의 배가 지나가는 아덴만도 해적 소굴이 된 지 이미 오래여서 지난해만 40여 척이 나포됐다.

무기력한 세계, 확산되는 우려=소말리아는 1960년 유럽 식민지에서 독립했으나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매력 때문에 냉전시대 미소 쟁탈전 사이에 희생양이 되었다. 미소의 지원을 받은 군벌들만 살이 찌면서 1969년 군사쿠데타로 바레 사회주의정부가 집권했지만 1991년 전복되면서 전면적인 내전이 시작됐다. 미국은 1993년 특공대원 18명을 투입했으나 모두 숨지는 등 그동안 몇 차례 개입했지만 실패했다.

911테러 이후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양성소가 될 것을 우려하여 소말리아 군벌을 지원해 이슬람 세력과 맞서도록 했지만 역시 안정화에는 실패했다.

현재 소말리아 정치 상황은 이슬람 강온파 세력과 군벌, 과도정부 등이 서로 교전하고 있는 아수라장이다. 최근엔 극심한 가뭄까지 닥쳐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은 1990년대의 저주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고 게틀맨 지부장은 지적했다. 그는 서방 세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지부장 자신조차도 소말리아의 현재 진짜 지도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헌진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