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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이젠 명품시대 저가품 안 통한다

Posted October. 31, 2007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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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밀폐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의 중국 1호점은 중국의 명동인 상하이() 화이하이종루() 한복판에 있다. 임대료만 연간 3억6000만 원에 이르는 금싸라기 땅이다. 과잉 투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락앤락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명품 마케팅을 통해 단기간에 중국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을 폈다. 대대적인 광고도 함께 했다. 결과는 대성공. 락앤락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호점도 연매출이 12억 원을 넘는다. 락앤락 우혁진 영업부장은 명품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한 뒤 다른 생활용품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성공한 기업은 다양한 업종에 걸쳐 있다. 잘돼는 업종이 따로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성공 기업의 마케팅 콘셉트는 똑같다. 바로 명품 마케팅이다. 명품 마케팅을 하려면 중국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는 제품력과 다양한 소득수준의 소비자가 섞여 있고 지역 차가 심한 중국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이시헌 다롄()한국인회 회장은 한국에서 통하는 저가 상품을 팔면 중국에서도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중국에 진출한 회사는 모두 실패했다고 힘줘 말했다.

명품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성공 열쇠

상하이 주요 백화점에 가면 언더 룩(Under Look)이라는 속옷 브랜드 매장이 있다. 중국 소비자는 언더 룩을 한국에서 건너온 최고급 브랜드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언더룩은 중국에만 있는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한국인 임영철 사장의 작품이다. 1994년 중국으로 건너와 의류가공업을 하던 그는 저가품을 생산해서는 중국에서 버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999년 고가 브랜드를 자체 개발해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홍익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의류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임 사장은 상하이 부유층을 겨냥해 개발한 명품 브랜드로 현재 연간 매출이 85억 원에 이른다며 상하이에서 확고한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면 중국 국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두 업체인 엘칸토 중국법인장 출신 이학진 사장도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로 중국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 사장은 한국에서 수입한 구두는 예쁜이라는 브랜드로, 타이창()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입스라는 브랜드로 중국 주요 백화점 25곳에서 연간 2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두 브랜드 모두 한국에서 디자인해 중국 제품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이 돼야

중국 톈진()에서 미용용 솔과 인조손톱 공장을 운영하는 SG코리아 정치환 사장은 한인사회에서 카멜레온으로 통한다.

정 사장은 1992년 중국 진출 초기 미용 솔 공장을 차렸다. 하지만 미용용 솔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1997년 신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노동 집약적인 신발 산업은 곧 사양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또다시 변신했다. 2001년 전자사출기를 사서 자외선 코팅 사업을 시작한 것. 자외선 코팅은 휴대전화 케이스나 이어폰 표면을 흠집이 나지 않게 전자사출기로 처리하는 기술로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기술이다.

정 사장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전자사출기로 인조손톱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인기가 높은 인조손톱 사업에 진출한 것. 지금은 인조손톱만 미국에 연간 1000만 달러가량을 수출한다. 그는 중국은 고()성장국가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변신의 노하우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반도체 금형회사인 경성반도체는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2002년 쑤저우()시로 왔지만 지금은 미국과 일본 반도체 회사가 거래물량의 90%를 차지한다. 거래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광마우스나 오디오에 들어가는 반도체 개발에 성공해 내년부터 주위 대기업에 납품을 앞두고 있다. 정영철 사장은 한국 대기업만 믿고 안주하다가는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며 거래처를 다양화하고, 또 다른 부가가치 업종에 진출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이 베낄 수 없는 노하우 필요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서 수출을 하는 한국 기업 가운데는 중국의 인건비 상승 등 각종 악재에도 경쟁력을 잃지 않는 회사도 적지 않다.

1999년 중국 다롄에 현지 공장을 세운 기타업체 콜트는 중고가 제품인 콜트와 고가 제품 파크우드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다. 연구개발(R&D)센터가 한국에 있어 기술 유출 우려도 적다.

김동식 법인장은 다롄으로 온 것은 인건비 문제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강우량이 적어 습기가 많지 않은 지역적 특성을 보고 온 측면이 더 크다며 세계 1위 경쟁력만 있다면 어느 나라에 진출하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성장으로 칭다오()에 진출한 800여 개의 한국 액세서리 업체가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샤인 주얼리, 솔렉스 등 패션 액세서리 업체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디자인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솔렉스 윤동한 사장은 문화적 체험이 중요한 디자인 능력은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렵다고 자신했다.



이병기 송진흡 eye@donga.com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