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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뿡이 뽀로로 손잡고유진이는 웃으며 떠났어요

뿡뿡이 뽀로로 손잡고유진이는 웃으며 떠났어요

Posted December. 28, 200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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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시작될 무렵인 6월, 캐릭터 인형을 좋아하는 박유진(가명5) 양은 병원에 누워서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

하나님! 뿡뿡이와 뽀로로랑 함께 뛰어놀게 해 주세요.

그러나 유진이는 스스로 팔다리를 움직일 힘이 없다. 모세혈관이 부풀어 올라 작은 몸 곳곳이 불긋불긋해 항상 벌겋게 달아오른 것 같다.

피부근염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유진이는 저 아이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라는 문밖에서 스며들어오는 사람들의 소리에 눈물만 흘렸다.

유진이는 겨우 걸음을 제대로 걷기 시작했던 3세 때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숟가락 드는 것조차 너무 무거웠다. 소원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모를 나이에 희귀병 판정을 받고 죽음을 기다려 왔다.

그러던 중 7월 4일 유진이의 5번째 생일에 반가운 손님들이 나타났다. 뿡뿡이와 뽀로로가 케이크와 크레파스 선물을 들고 병원을 찾은 것. 안구와 눈 주변의 근육까지 변형돼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던 유진이는 멍하니 뿡뿡이를 바라봤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유진이 생일 축하합니다.

뿡뿡이, 뽀로로는 부모와 함께 노래도 부르고 케이크를 잘랐다. 유진이는 기뻐도 기쁨을 표현하지 못한 채 웃음조차 병든 근육 속에 묻어 버렸다.

2주 뒤 유진이는 뿡뿡이, 곰 인형을 안은 채 아빠 엄마의 울부짖음을 뒤로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즐거웠던 마지막 생일을 생각하는지 유진이는 미소를 띤 채 눈을 감았다.

며칠 전 뿡뿡이 탈을 썼던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자원봉사자들에게 유진 양 어머니의 편지가 왔다.

2006년은 유진이가 하늘나라로 간 해였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유진이가 정말 좋아했던 뽀로로, 뿡뿡이와 잘 놀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마지막 가는 길에 외롭지 않게 유진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준비된 파티를 열어 주신 것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2003년부터 난치병에 걸려 18세를 넘기기 어렵다고 판정된 318세 어린이 청소년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전 세계 27개국에서 운영되는 이 재단은 난치병 어린이가 인터넷(www.wish.or.kr)과 전화(02-3453-0318)로 소원을 신청하면 봉사자들이 파견돼 어린이의 상황을 살펴본 뒤 소원을 들어준다.

이 재단은 올 1년 동안 200여 명의 소원을 들어줬으며 소원을 이루고 하늘나라로 간 어린이만 10명이 넘는다.

한 해 동안 이 재단이 도와준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여느 아이와 다름없었다. 115명(64%)이 무엇을 갖고 싶다고 원했고 그중 47%가 노트북컴퓨터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어딘가에 가고 싶다고 소원을 말한 어린이는 40명으로 22%를 차지했고 가고 싶은 장소로는 30명이 제주도를 꼽았다. 마지막 소원으로 에버랜드에 가고 싶다는 아이도 5명 있었다.

죽을 날을 생각하는 아이들이지만 장래 희망을 소원이라며 신청하기도 했다. 맛있는 빵을 마음껏 만들어 먹을 것이라며 제빵사가 되겠다고 소원을 빈 어린이도 있었으며 패션모델, 클럽 DJ 등도 되고 싶어 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 어린이들은 유진이처럼 인형들을 만나고 싶다는 아이, 가수 인순이를 보고 싶다, 슈퍼주니어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 어린이들이 있었다.

한 해가 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짧은 생명이 저물어가는 것을 아는 꺼져가는 촛불들이지만 지금도 이 재단에는 당찬 소원들이 밀려들고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