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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경서씨, 인권대사인가 반인권대사인가

[사설] 박경서씨, 인권대사인가 반인권대사인가

Posted January. 21, 200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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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정부 인권대사는 그제 한 북한인권세미나에서 한반도 평화권이 다른 인권보다 먼저 성취돼야 한다며 유엔에서마저 인권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정치공세라고 매도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식량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에게 정치적 시민적 권리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균형 잃은 태도라고 강변했다. 2004년 5월에는 인권문제는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북한 스스로 풀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씨의 주장은 북한과 남한 내 친북좌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지만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박 씨는 평화권부터 성취해야 한다지만, 평화권과 인권이 나뉠 수나 있는 것인지, 인간답게 살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평화권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박 씨가 말하는 평화는 어떤 평화인가.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숨 한번 크게 못 쉬고 사는 지옥 같은 삶도 평화는 평화라는 뜻인가. 그러니 그저 참고 기다리라는 얘기인가.

박 씨는 1988년부터 최근까지 26번이나 북한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 이하의 삶 속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고통 받는 그들이 박 씨의 부모요, 형제요, 자녀들이라고 해도 이런 주장을 하겠는가. 우선 평화가 중요하니까, 참고 기다리면 김정일 정권이 스스로 풀어 줄 것이라며 달랠 수 있겠는가. 10년 가까이 기다렸고, 경제적으로 도울 만큼 도왔지만 북의 인권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됐는가.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투쟁한 것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게 이 정권이다. 독재정권 시절 미국의 인권개입은 내정간섭이라는 집권세력의 주장에 격렬히 반발했던 사람들이 이 정권의 주역들이다. 그런 정권의 인권대사가 이처럼 앞뒤 안 맞는 주장을 펴니까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이상한 나라로 비치는 것이다. 박 씨의 북한 인권관이 이렇다면 스스로 인권대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