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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죽음 푸대접에 운다

Posted September. 15, 20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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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7월 1일 강원 횡성군의 한 계곡에서 열린 성경학교에 참가한 고교생 A 군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친구 B 군을 구하려다 함께 익사했다.

A 군 부모는 A 군을 의사자()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의사의상자() 심사위원회는 A 군을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B 군을 적극적으로 구하려 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

A 군 부모는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 숨진 지 3년이 지나서야 A 군은 의사자로 인정됐다.

의사상자 제도가 애매한 선정 기준과 미흡한 보상으로 당사자와 유가족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의사상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 재판을 거쳐 뒤늦게 의사상자로 인정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애매한 선정 기준=1996년 제정된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의사자를 자신의 직무가 아님에도 타인의 생명이나 재산을 구제하다가 사망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상자는 이 같은 일을 하다가 다친 사람이다.

그러나 직무의 범위, 타인의 범위, 구제의 정도 등은 규정되어 있지 않아 유사한 사안이라도 심사위원의 판단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철로에서 어린이를 구하다 두 다리를 잃은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씨의 행위가 직무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인지, 남극 세종기지에서 동료 대원을 구하기 위해 출항했다가 보트가 전복돼 숨진 전재규() 대원의 경우 동료를 타인으로 볼 수 있는지 법률상으론 명확하지 않다.

김 씨는 의상자, 전 대원은 의사자로 인정됐지만 20022004년 의사상자 신청자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직무상 일이며 구제대상이 타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사상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 기간 신청자 142명의 절반인 71명만 의사상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21건 가운데 복지부가 승소한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8건도 하급심에서 대부분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사상자 심사위원은 심사용 자료가 신청자의 의사상 당시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면서 의사상자 선정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흡한 보상=의사상자 관련 법규는 지속적으로 보완돼 의사자의 경우 1990년까지 500만600만 원에 불과했던 보상금이 올해 1억7000여만 원으로 대폭 늘었다. 정부는 또 지난해 9월 의사자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국립묘지 운영 개선안을 마련했다.

의사상자에 대한 예우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의사자의 유가족에겐 교육비가 지원되는데 지원 기간은 고교 재학 때까지다.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대학 재학 때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 관련법은 의상자 본인이나 의사상자 가족이 취업 알선을 요청하면 시군구가 직장을 구해 주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취업 알선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심사위원은 국가유공자의 자녀처럼 정부가 대학 때까지 교육비를 보조해 주고 취업 시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