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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회 베니스 비엔날레

Posted June. 14, 200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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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1회째를 맞이한 베니스 비엔날레.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가장 광범위하고도 첨예하게 보여주는, 미술인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국제미술행사다.

전시는 총감독이 주도하는 본 전시와 각 국가별로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국가관 전시로 나뉘는데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스페인 출신의 큐레이터 마리아 데 코랄과 로자 마르티네즈가 공동으로 여성 총감독을 맡아 일찍부터 화제가 되었다.

마리아 데 코랄은 본전시로 예술의 경험이라는 주제로 카스텔로 공원 안에 있는 이탈리아관을, 로자 마르티네즈는 항상 조금 더 멀리라는 주제로 아르세날레 공원을 각각 맡았다. 지난번 본전시에는 총 300여 명의 작가들 작품이 선보였으나 올해는 92명이 참가, 한층 간결하고 집중된 디스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이탈리아관에는 바바라 크루거, 안토니 타피에스, 가브리엘 오로즈코 등 익히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들이 선보였는데, 결국 독일 출신의 조각가 토마스 쉬테와 신예 스타 화가 마티아스 바이셔가 국제 예술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탈리아관이 유명 작가들의 명품관이었다면 아르세날레 공원은 보다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예술가들이 독특한 상상력을 선보인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 총감독이 여성임을 상기시키기라도 하듯 다양한 페미니즘 작품들이 선보였다.

전시장 입구 로비에는 프랑스의 페미니즘 아티스트 조아나바스 콘셀로스가 여성용품인 탐폰을 소재로 대형 샹들리에를 만들어 걸었다.

또 인도 작가 서도 굽타는 부엌 조리기구들을 한데 모아 놓은 작품을, 과테말라 작가 레지나 호세 갈란도는 여성의 몸에 난 털을 미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국작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김수자의 바늘 여인시리즈 비디오 6점이 나와 반가웠다.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국가관상)을 노리며 각 국가관 간 불꽃 튀는 파워게임이 펼쳐졌다. 특히 스타 팝 화가인 에드루샤를 내세운 미국관과 역시 거물작가인 길벗 앤 조지의 전시를 마련한 영국관이 큰 관심을 끌었다. 결국 여성 설치작가 아네트 메사제의 대형 설치 조각이 출품된 프랑스관이 국가관상을 수상했다.

한국관은 한 작가의 개인전으로 관객의 편안한 집중과 이해를 노린 다른 국가관들과는 달리 무려 15명이라는 작가들을 참여시켜 역동성을 표방했다.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큰 손들이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행사 역시 자기 작가를 홍보하려는 화상()들이 미술관, 재단, 컬렉터 등과 연계해 무수한 파티를 통해 치열한 로비 전쟁을 벌였다. 유명패션 그룹인 프라다는 자신의 예술재단을 통해 마리코 모리(일본)를 후원하며 프로모션 파티를 열었고, 구겐하임 미술관은 중국 작가들을 위해 디너파티를 열기도 했다.

문화전쟁의 시대로 표현되는 21세기 국제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베니스 비엔날레 현장은 국력이 곧 문화 정체성의 브랜드 가치를 결정지어 버리는 오늘의 현실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베네치아=박경미 pkm갤러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