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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성택

Posted December. 17, 200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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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에서 빛나는 2인자로는 중국의 저우언라이()가 첫손에 꼽힌다. 류사오치() 린뱌오() 등 쟁쟁한 실력자들이 마오쩌둥()과 대립하다 제거된 데 비해 저우는 스스로 몸을 굽히는 처신으로 장장 40여 년을 마오와 공생()했다.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은 전임자 장쩌민() 시절의 2인자에서 최고 권력자로 등극한 케이스. 1998년 부주석 직에 오른 뒤에도 한동안 국제사회에 알려진 게 별로 없었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처세술의 결과였다.

2인자의 몸가짐은 어렵다. 너무 튀면 권력자의 눈 밖에 나게 되고,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으면 세인의 조롱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역사상 성공적인 2인자들이 한결같이 처세술의 달인()이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대중에게 인상적인 존재로 부각되는 이중성, 그것이 2인자로서 성공하기 위한 요체가 아닐까.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연주하기 힘든 악기는 제2 바이올린이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재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장성택()은 이런 2인자 처세학을 잠시 잊었던가 보다. 올봄부터 좌천설이 나돌더니 급기야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졌다는 소문까지 들리니 말이다. 장성택이 누구인가.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이자 확실한 오른팔로서 노동당 핵심 요직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자리를 꿰차고 있던 인물이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 물망에도 올랐던 그가 숙청된 게 확실하다니 뭔가 대단한 잘못을 저질렀음에 틀림없다.

문제는 장성택의 숙청이 단순히 개인의 불운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올 한 해 동안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줄을 이었다. 만약 장성택의 퇴장이 북한 격변의 신호탄이라면 그 충격은 당연히 남쪽에 파급될 수밖에 없다. 궁금한 것은 우리 정부는 이런 구체적인 사안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하는 점이다. 장막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야 그것이 우리에게 끼칠 파장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비무환()은 군대에만 적용되는 구호가 아니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