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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험생 이렇게 괴롭히는 입시가 어딨나

[사설] 수험생 이렇게 괴롭히는 입시가 어딨나

Posted December. 15, 200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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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후 수험생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에는 학생이 실험 대상이냐는 항의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표준점수 혼란에 대한 교육 당국의 관료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비난하는 소리다. 입시제도를 바꾸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를 마쳐야 하는데도 교육당국은 우리는 이렇게 갈 테니까 학생 학부모는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이었다.

한국은 정부가 입시를 통제하는 예외적인 나라다. 현재 입시는 내신과 수능시험, 면접 논술 세 가지를 축으로 치러진다. 내신은 부풀리기 때문에 전형자료로서 공신력을 상실했고, 면접은 아직 변별력 있는 요소가 되지 못한다. 수능시험이 그나마 유일한 학력 평가 수단이지만 정부는 수능시험에 개입해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꿔 가며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수능시험의 잦은 변경은 이를 통해 대학 서열화 같은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시대착오적 발상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수험생을 지구상에서 입시 때문에 가장 고통 받는 학생들로 만들고 있다. 이번처럼 혼란스러운 입시에서 학생 학부모가 당하는 스트레스를 교육 당국은 한번이라도 염려해 본 적이 있는가.

교육 당국이 노리는 효과도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입시가 오리무중에 빠져 있으니까 틈새를 비집고 입시 컨설팅 같은 신종 사업이 성행하고 면접 논술 과외가 확대돼 결국 사교육 배만 불리는 꼴이 되고 있다.

국가 단위의 학력 측정 시험은 어느 나라에나 있으며 우리처럼 대학 진학에 계층간 집단간 이해가 얽혀 있는 나라에선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수능시험 같은 국가시험은 필요하다. 다만 정부의 개입은 수능시험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성적과 관련된 자료를 있는 그대로 대학에 제공하는 것으로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입시에 대한 통제 의도를 하루라도 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