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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했던 그때 그 여성들

Posted March. 04, 2023 08:37,   

Updated March. 04, 20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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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 가면 매대에 손 뻗는 곳마다 여성 작가의 작품이 놓여 있다.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여성 소설가다. 20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조선시대는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였다. 여성은 바느질과 요리 등 ‘여성이 할 일’만 해야 했고, 부모 뜻에 따라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해야 했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성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왠지 억울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데, 정말 단 한 명도 없었을까. ‘조선의 걸 크러시’는 비범하고 주체적인 여성이 ‘박씨전’처럼 단지 허구로만 존재한 건 아님을 입증하며 통쾌함을 선사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고전소설과 성역할 등을 연구한 학자 4명이 머리를 맞대고 국가 기록에서, 민간의 야담집에서 진취적인 여성 인물들을 발굴해 냈다. 동아일보에 2018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연재된 원고 27편을 보완하고 13편을 더해 총 40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름조차 남지 않은 한 여성이 있다. 옛날 양반 가문은 족보에 여자 이름을 넣지 않아 성씨만 남았다. 전주 이 씨 여사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했다.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한 여성은 더러 있었지만 이 씨는 집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조선에서 가장 긴 소설 ‘완월회맹연’을 집필했다. 권수로는 총 180권, 자수로는 약 300만 자에 이른다. 실력을 인정받고자 책을 궁궐에 유통하기까지 했다. 궁중 사람들이 책을 돌려 읽었다.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것이다.

책은 비범한 여성부터 평범한 여성까지를 두루 비춘다. 남편의 일방적인 이혼 요구를 끝까지 막아낸 여성, 임진왜란 때 일본군 장수를 처단한 여성, 제주에서 정조의 부름을 받고 한양과 금강산을 유람한 여성…. 조선시대 여성도 남성과 다름없이 꿈과 용기, 욕망을 가진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오늘날에도 차별에 시달리는 모든 여성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지윤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