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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징크스 깨기 위해 한국 온 ‘쌀딩크’ 박항서 감독

한국 징크스 깨기 위해 한국 온 ‘쌀딩크’ 박항서 감독

Posted October. 19, 2018 09:34,   

Updated October. 19, 20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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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에게 동작을 더 크게 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입에서는 무의식적으로 한국말이 나왔다. “더 크게!” 이 말을 한국인 수석코치가 베트남인 코치에게 영어로 전달하면, 베트남 코치가 베트남어로 선수들에게 알려줬다. 하지만 열정 가득한 감독은 베트남어가 나오기도 전에 양팔을 벌리고 펄쩍 뛰며 온몸으로 지시했다. 선수들은 감독의 동작만 보고 의도를 알아차렸다. 베트남 선수들은 더 힘차게 몸을 움직였다.

 18일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59)의 지휘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베트남어에 익숙하지 않지만 다양한 제스처로 선수의 이해를 돕는다. 박 감독은 “통역이 없을 때는 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악수와 포옹 등 스킨십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발을 직접 마사지해 주는 등 그가 온몸으로 표현한 ‘파파(아버지) 리더십’이 단기간에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베트남대표팀은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으로 이날부터 30일까지 NFC에서 훈련한다. 협회 관계자는 “베트남대표팀은 NFC 숙소와 식당을 모두 사용한다. 한국대표팀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른 국가의 사용을 허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조국’ 한국을 찾은 이유는 다음 달 동남아시아선수권대회(스즈키컵)를 앞두고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는 “선수 30명과 함께 한국에 왔다. 수준 높은 한국 프로 팀과의 경기를 통해 스즈키컵에 출전할 선수 23명을 추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베트남대표팀은 인천(22일), FC서울(25일), 서울 이랜드(29일)와 평가전을 갖는다.

 박 감독은 한국 팀과의 대결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베트남이 중동 국가를 상대로는 좋은 경기를 하지만 한국, 일본 등에는 징크스가 있다. 경기를 하기 전부터 부담을 느낀다. 이번 기회에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법을 선수들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을 노린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강호가 출전하지 않는 대회이기 때문에 최근 실력이 급상승한 베트남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준우승)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4강)에서 베트남의 역대 최고 성적을 이뤄낸 박 감독이지만 스즈키컵은 부담이 되는 눈치였다. 그는 “베트남 사람들이 우승을 기대하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내 운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즐겁게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