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김정은 못만난 특사, 체면구긴 시진핑

Posted November. 22, 2017 08:09,   

Updated November. 22, 2017 08:51

日本語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와 면담을 거부한 것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에 대한 김정은의 노골적 불만 표시이자 북핵 해법을 둘러싼 북-중과 북-미 간 갈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쑹 부장이 귀국한 다음 날인 21일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면 최하단에 쑹 부장의 귀국 사실만 짧게 전한 단신 기사를 실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3면 왼쪽 하단에 1단 기사로 전날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전한 쑹 부장의 방북 및 귀국 사실을 간단히 보도했다.

 이는 쑹 부장이 방북 3박 4일 동안 김정은을 면담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2012년 11월 리젠궈(李建國) 정치국 위원이 특사로 방북했을 때 두 신문은 김정은과 리젠궈의 회동 결과를 자세히 전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21일 1∼3면에 김정은의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현지지도를 보도했다. 쑹 부장이 평양을 떠난 20일 김정은이 쑹 부장을 무시하고 자기 일정을 소화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의 특사 파견은 김정은 면담이 1차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특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시 주석은 체면이 크게 손상됐다. 쑹 부장이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한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대화 조건을 전하고 대화 복귀를 설득해 보려던 시 주석의 특사 외교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핵을 둘러싼 북-중의 파열음은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1일 ‘북-중 관계는 한반도 상황에 직결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은 유엔 제재 압박하에서는 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북-중이 양당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북 양국은 핵 문제에서 심각한 이견이 여전하다”고 인정했다. 환추시보는 “중북이 양당 관계(개선)에 대해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냈지만 양국 관계가 밑바닥에 있다는 점도 일부러 숨기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