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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압박 시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헌재 압박 시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Posted December. 17, 2016 07:24,   

Updated December. 17, 201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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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서울 광화문의 8차 촛불집회를 이끄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헌법재판소 쪽으로 행진을 유도해 신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들도 헌재 인근인 안국역 앞에서 집회를 열어 탄핵 기각을 외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헌재가 탄핵소추안 심리를 끝마칠 때까지 탄핵 찬반 시위가 계속될 수도 있다. 헌재가 경찰에 대책 마련을 요청한 사정을 이해할 만하다.

 헌재는 청와대나 국회와 달리 정문에서 재판관들 집무실까지 10m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헌재 앞에서 시위나 집회가 벌어지면 재판관들이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만 명의 행진인파가 몰려들 경우 헌재 100m 이내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은 무력해질 것이다. 헌재 앞 시위를 고작 20분 정도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말하는 퇴진행동 측의 태도가 걱정스럽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치를 기반으로 한다. 헌재 재판관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탄핵안을 심리하도록 차분하게 기다리는 게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탄핵 인용이 마땅하다며 빨리 심리를 마치라거나 기각하라고 재촉하는 것은 여론재판과 다를 바 없다. 시민운동계의 원로인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헌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여는 것은 촛불의 순수성을 퇴색시키고, 촛불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촛불집회가 ‘명예혁명’에까지 비견된 것은 평화를 지키고 질서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까지 그런 순수하고도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