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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계’ 털리고도 은폐한 군, 국민이 믿을 수 있겠나

‘작계’ 털리고도 은폐한 군, 국민이 믿을 수 있겠나

Posted December. 09, 2016 08:22,   

Updated December. 09, 20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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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의 인터넷과 인트라넷(국방망)이 북한 추정 해커에게 동시에 해킹됐을 때 합동참모본부가 관리하던 한반도 유사시 작전계획이 담긴 자료가 유출됐다고 본보가 보도했다. 국방망 해킹 사실이 확인됐을 때 국방부는 작계 같은 최고 군사비밀은 별도의 ‘전장망’으로 주고받는다고 밝혀 유출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제 보니 거짓말을 한 셈이다.

 군 일각에서는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임시 계획과 대북 특수전 계획이 담긴 자료가 빠져나갔다는 말이 나온다. 임시 계획 자료라 해도 실제 작계 일부를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전 계획과 별 차이가 없다. 연합 연습계획을 Ⅲ급 비밀로 분류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만의 하나 북으로 유출된 작계가 한미가 새로 만들어 작년 6월 서명하고 올해 3월 훈련에 처음 적용한 ‘작계 5015’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작계 5015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용과 사이버전, 생화학전을 망라한 최상위 작계다. 작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가 작계 5015 내용을 보고하라고 요구했을 때 한민구 국방장관이 “공개되면 불가피하게 폐기하고 새로 수립해야 하는 심대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거부했을 정도다.

 군에서는 작계를 담은 이동저장장치(USB)를 국방망 컴퓨터에 꽂고 작업했거나 규정을 어기고 국방망 컴퓨터에 작계를 저장했다가 해킹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은 5차 핵실험 이후 한미가 마련한 김정은 등 북한 지휘부를 노린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이나 유사시 북에 침투해 지휘부를 제거하는 특수전 계획을 빼내려고 혈안이었다. 군이 정보 보안의 기초마저 지키지 않아 비밀이 새나갔다니, 이래서야 제대로 나라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가정보원과 합참, 국군기무사령부, 국방조사본부 등으로 구성된 국방사이버합동조사팀(TF)이 10월 말 해킹 조사를 마치고도 작계 유출 사실을 덮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한 군이 되려면 첨단장비나 장병규모 같은 전력에 앞서 국민의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작계 유출을 인정하고 사죄하기는커녕 은폐하기에 급급한 군이라면 국민의 믿음을 얻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