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자마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17일 위안화를 10거래일 연속 절하해 고시(告示)했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8년 3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무역전쟁 플랜이 구체화된 후에도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지함에 따라 미중 두 나라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앞서 이미 무역전쟁 전초전에 들어섰다.
이날 런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8692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달러당 6.8592위안)보다 0.15% 오른 수치다. 위안화 가치는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인하됐다. 런민은행이 2005년 6월 위안화 고시 제도를 도입한 후 10거래일 연속 인하한 것은 지난해 2번, 2008년 1번밖에 없었다.
이날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2008년 8월 이후 8년 3개월 만에 최고치(위안화 가치는 최저)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경쟁적으로 낮게 유지하며 환율전쟁을 벌였을 때보다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높은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도 위안화 약세를 유지해왔다. 선거 기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인 내년 1월 20일 중국의 환율 조작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이어가며 자기 길을 걷겠다는 사실상의 선전 포고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대중 무역정책으로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의 수출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 이건혁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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