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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폭위령비 방문한 미대통령, 북핵을 이고 사는 한국

일원폭위령비 방문한 미대통령, 북핵을 이고 사는 한국

Posted May. 28, 2016 07:43,   

Updated May. 28, 201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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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어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 71년 만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위령비에 헌화한 후 ‘원폭 피해자를 비롯해 2차 세계대전 기간에 희생된 모든 무고한 사람들’을 추모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거듭 호소했다. 핵 폐기 노력으로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마치기 전 세계 유일 피폭 현장을 찾아 평화외교의 방점을 찍으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피해자 위령비에서 200m 떨어진 한국인 희생자 위령탑은 끝내 찾지 않아 한국으로서는 섭섭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일 정상이 나란히 히로시마 위령비에 헌화함으로써 일본의 ‘전쟁 피해국 이미지’를 확대해 보통 국가로 거듭나려는 아베 정권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일본이 과거사의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둔갑하는 상황에 박수를 칠 수 없음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는 올해 말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가능성까지 합쳐 겉으로는 역사 화해 색채가 짙지만 속내는 미일 안보동맹의 철석공조를 알리는 신호탄을 쏜 것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살상무기 수출 금지 해제라는 파격적인 선물을 안겨 중국 견제라는 국익을 위해 과거 적국들과 과감하게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북핵 문제는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안보를 위협할 글로벌 이슈가 됐다. G7정상들은 북한 도발을 강력 규탄하는 폐회 선언문을 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커버스토리로 김정은과 북핵을 다루면서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차기 미국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 ‘북핵에 맞설 미사일 방어 강화’를 주문했다.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면서도 정작 북핵에 대해 ‘전략적 인내’로 일관한 오마바 대통령이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해 북핵에 대한 한미일 공동대응을 강조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B7 정상회담에서 보듯이 힘의 논리가 만들어내는 국제정세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외교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메 맞추어 핵무기와 전쟁의 참혹함을 강조하며 북핵에 맞설 국제사회의 공조와 연대를 호소하는 외교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북핵을 이고 살고 있는 우리 외교 안보팀에게선 외교안보의 방향타를 조종할 로드맵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