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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8년만의 정권교체 배경은

Posted January. 23, 2016 07:10,   

Updated January. 23, 201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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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이 당선되면서 대만에서도 여성 지도자 시대가 열렸다. 차이 당선자는 사상 첫 여성 총통이자 중화권 최초의 여성 지도자가 됐다.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민진당은 1986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입법원(국회 격)의 다수당 지위도 확보했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에서 독립 성향의 민진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가 관심사다. 차이 당선자는 당선 일성으로 “중화민국은 민주국가로서 민주 공간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대만의 주권을) 억압하는 것은 양안 관계의 안정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對)중국 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그는 또 “지금처럼 평화롭고 안정된 상황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과거 정책의 착오를 원상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마잉주(馬英九) 정부 8년의 친중 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계가 경제 대국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대만은 거꾸로 가고 있다. 차이 주석은 마잉주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압승을 거뒀다. 경제 정책 실패의 핵심에는 집권 후 펼친 ‘친중 정책’이 있다. 중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져서 대만이 경제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양날의 칼’ 된 ‘양안 밀월’

마 전 총통이 2008년 처음 당선됐을 때 대만은 글로벌 금융 위기의 파고에 휩싸였다. 중국과의 협력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마 총통의 호소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열리면서 부품 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전임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시절은 ‘소삼통(小三通·통항 교역 우편왕래)’ 등 일부 양안 교류가 있었지만 천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아 긴장 관계가 계속됐다.

마 총통은 ‘양안 협력’의 성과로 재선에도 성공했다. 2012년 선거에서 마 총통이 얻은 득표율 58.5%는 역대 최고였다. 하지만 마 총통 집권 8년의 ‘양안 밀월’은 현재 ‘양날의 칼’이 됐다. 국민당 저우리룬(周立倫) 후보가 총통 선거 사상 최대인 308만 표 차로 패배한 것도 현 정부의 ‘양안 밀월’에 대한 심판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최적 조건 갖춘 대만이 왜?

영국 호주 등이 전통 우방인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지난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가한 것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에는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참가하려고 아우성이다. 오직 대만만이 좀 더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만의 ‘중국 거리 두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89년 6월 중국 베이징(北京)의 민주화 시위를 군대가 유혈 진압한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발생하자 서방 기업들은 불안정한 사업 환경을 이유로 썰물처럼 중국을 떠났다.

하지만 대만 기업들은 대륙에 남았다. 오히려 물밀듯이 중국 본토로 진출했다. 현재 ‘타이상(臺商)’으로 불리는 대륙의 대만 기업은 줄잡아 30만 개에 이른다. 대만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언어가 같다. 1949년 이전 대만에 온 내성인(內省人)은 전체 인구 중 85%를 차지한다. 이들은 대륙에 친인척과 친구들이 있다. 대만 기업은 이처럼 중국에서 사업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왜 대만은 중국과 멀어지려 할까. 대만정치대 시장예측연구중심 훙야오난(洪耀南) 대표는 “친중국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잘못된 친중국 정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지나친 중국 의존으로 중국 경제가 침체하자 대만 경제도 동반 침체하게 됐고 ‘정경 유착 기업’들만 양안 협력의 과실을 차지했다. 또 소득 불균형이 심화돼 상위 5%와 하위 5%의 소득 차가 2007년 66배에서 2013년 99배로 늘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층의 초봉이 줄어 평생 벌어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대만 경제부 산하 중화경제연구원 류멍쥔(劉孟俊) 대륙경제연구소장은 “타이상들이 대륙에서 번 돈을 대만으로 갖고 들어오면 재산세를 대폭 내리는 조치를 2009년 실시했다”며 “들어온 돈이 부동산으로 몰려 거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탈중국 인식’의 현주소

이런 ‘양안 협력의 부작용’은 양안 관계 여론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만의 대표 여론조사 기관인 ‘대만 싱크탱크(智庫)’가 지난해 11월 실시해 최근 공개한 발표에 따르면 양안 간 경제 통합으로 ‘희생자가 됐다’는 응답이 39.9%로 ‘수혜자가 됐다’(21.1%)는 답보다 높았다.

대만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한 응답은 62%로 절반을 넘었다. 응답자들은 향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17.6%)보다 다른 나라와의 경협을 늘려야 한다(63.2%)고 밝혔다.

심지어 대만으로 오는 중국 관광객이 ‘너무 많다’(44.5%)가 ‘적당하다’(30.6%) 또는 ‘너무 적다’(8.5%)보다 많았다. 중국 관광객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66.9%)는 응답이 많았다. 따라서 중국이 관광객을 줄이는 조치를 하면 ‘이익이 더 많다’(9.9%)와 ‘이익이 된다(25.8%)’ 등 ‘좋다’가 35.7%로 ‘나쁘다(27.2%)’보다 높았다. 한국 일본 등이 중국인 관광객을 지칭하는 ‘유커(遊客)’ 유치에 목을 매는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의 투자에 대해서도 첨단 산업 인수합병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는 응답이 60%였다. 특히 중국 자본이 대만의 신문과 방송에 투자하면 언론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조사기관의 라이이중(賴怡忠) 부사장은 “세계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 등이 선전한 반면 대만만 죽을 쑨 이유가 중국과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유권자들이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한국에 주는 시사



타이베이=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