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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논쟁에 빠진 이스라엘

Posted January. 06, 20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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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로맨스 소설이 연초부터 이스라엘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스라엘 교육부가 유대인 여성과 팔레스타인 남성의 사랑을 다룬 인기 소설을 최근 고등학교 문학 필독서에서 제외하자 야당과 시민단체, 출판계가 일제히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2014년 출간된 국경의 삶(Border life사진)은 이스라엘 출신 여성 통역가와 팔레스타인 출신 남성 예술가가 미국 뉴욕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언론인 출신의 여성 작가 도리트 라비니안(43)이 써 이스라엘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베른슈타인상을 받았다.

많은 고교 교사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 책을 필독서로 지정하자는 의견을 냈고, 교사위원회는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교육부는 최근 유대인의 정체성과 관련해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필독서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 일간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5일 시민단체들이 교육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당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교사들 사이에선 정부의 조치가 논란거리가 되는 주제를 교실에서 다루지 말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출판계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스라엘의 원로 작가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사람을 담은 연인(The Lover)이라는 소설을 썼던 A B 예호슈아는 교육부의 조치는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스라엘 정부는 교육부의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국경의 삶이 날개 돋친 듯 팔려 추가 인쇄에 들어가게 된 출판사는 뜻하지 않은 대박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