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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한일관계, 돌파구가 보인다

Posted November. 15, 2013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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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안보대화(SDD)에 참석한 일본 니시 마사노리() 방위성 사무차관은 백승주 국방부 차관과의 양자대담에서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가 통렬한 사죄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뜻을 우리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니시 차관은 고노 담화를 존중한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석상에선 역사왜곡 발언을 쏟아내는 아베 총리가 사무차관을 통해 우회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다. 고노 담화는 1993년 일본군의 위안부 모집을 인정하며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 일본 정부 발표다. 일본 우익은 이를 수정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공개 대담이지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 정부가 전향적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대담에서 일본 측은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에 대한 설명 못지않게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데 주력했다. 니시 차관은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대신의 방한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회담을 적극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이후 일본 정부의 외교안보 담당 각료의 한국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백 차관은 일본이 과거 역사적 진실을 토대로 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사과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또 아베 총리는 14일 한국 국회의원들과 만나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희망을 강하게 피력했다. 전날(13일)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를 만나 같은 뜻을 전달한 데 이은 것으로 양국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한일협력위원회 합동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국회의원 등 한국 측 인사 16명과 회동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인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이 밝혔다.

서 의원은 아베 총리가 양국 간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한중일 다자 정상회담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개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서는 역대 내각과 같은 입장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표명했고 지금도 그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도 고노 담화를 존중한다는 니시 차관의 전언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일본이 전향적으로 나오는 데는 한일관계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의 한일관계가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은 한국도 공유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도 지금의 한일관계에서는 발현하기 어렵다. 특히 외교 당국자는 지금처럼 일본과 담을 쌓고 있다가, 중-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물리적 충돌로 번지면 한국은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7일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중국 외교부부장을 서울로 불러 제8차 한중일 고위급 회의를 개최한 이유다. 한국이 아니었으면 마주 앉을 수 없는 중-일 양국을 한자리에 앉히는 중재 역할을 한 것이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한일관계가 소원해지면서 한국이 중-일 사이에서 살릴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손영일 기자

도쿄=배극인 특파원A3면에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