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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분리대로 반칙 U턴 막자 고흥 교통문화 성적 껑충

중앙분리대로 반칙 U턴 막자 고흥 교통문화 성적 껑충

Posted January. 24, 2013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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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75점.

한국의 교통안전 의식과 교통문화 수준을 나타내는 성적표다. 23일 본보가 입수한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문화점수는 75.20점으로 지난해 74.79점에 비해 0.41점이 올랐다. 하지만 운전의 기본인 정지선준수율, 안전띠착용률, 신호준수율 등 운전행태 부문 점수는 오히려 나빠졌다. 도로 위 반칙운전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별 순위와 항목별 점수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시군 단위 지자체 173곳 중 전남 고흥군은 84.88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최하위는 54.44점을 받은 전북 임실군이다. 시 단위 76곳 중엔 충남 계룡시가 84.26점으로 1위, 전남 나주시가 64.25점을 받아 꼴찌였다.

비법은 시설개선과 대중교통

교통문화지수 상위권 지자체는 대체로 교통사고 다발 구간의 시설을 개선하고 안전캠페인을 벌여 사고위험 요소를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1위 전남 고흥군은 2010년까지만 해도 130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하지만 보행자 통행이 잦은 공용터미널 주변엔 보행로를 깔고 읍내 혼잡 교차로 5곳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하자 사고가 줄기 시작했다. 소록도 북쪽에서 끊이지 않던 불법 U턴 사고는 중앙분리대로 해결했다. 충남 계룡시도 2010년부터 사고 누적 구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교통안전 사업을 벌여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를 전국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42.33건으로 줄였다.

지난 3년간 순위가 91위에서 6위로 급상승한 경남 양산시는 광역환승 할인제도를 시행해 대중교통 이용량을 늘려 사고를 줄였다. 부산 버스로 갈아탈 때 환승요금을 500원 정도 절약할 수 있게 되자 대중교통 이용이 늘면서 자가용 통행이 줄었다. 실제로 양산과 부산을 오가는 차량은 2010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며 주중 하루 평균 18만7288대까지 치솟았다가 환승할인이 시행된 2011년 이후 16만8911대로 9.8% 줄었다. 자연스럽게 소통도 원활해지고 사고도 줄어들었다.

사고 취약한 고령인구

전국 시군단위 지자체 164곳 중 최상위권 및 최하위권 지자체 각 20곳의 인구와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교통문화 후진지역일수록 심각한 고령화와 함께 노인 교통사고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나주시, 전북 임실군 등 하위 20곳의 평균 노인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주민의 24.9%였다. 주민 4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충남 계룡시, 경기 오산시 등 교통문화지수 상위 20곳의 평균 노인 인구가 10.1%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높은 노인 인구 비율은 심각한 노인 교통사고로 이어졌다. 교통문화지수 하위 20곳의 교통사고 사망자 5명 중 2명은 노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무관심 탓에 노인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노인 활동이 많은 곳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마찬가지로 차량 제한속도를 낮추고 횡단보도의 녹색신호를 더 길게 주는 노인보호지역(실버존)으로 지정할 수 있다. 노인 인구 비율이 24.5%인 나주시엔 경로시설이 325곳 있지만 주변이 실버존으로 지정된 곳은 영산동 노인종합복지관뿐이다. 도심을 벗어난 면단위 지역엔 보행로도 없어 노인 보행자들이 시속 80km로 달리는 차량 옆에 방치된다. 지난해 나주시의 노인 사망자 19명 중 3명은 갓길을 따라 걷다가 차에 치여 숨졌다.

문제는 교통문화지수 하위권 지역의 심각한 노인 교통사고가 가까운 미래에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한국이 2026년엔 인구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교통안전공단 안전연구실 장경욱 선임연구원은 노인 인구의 증가 추세에 맞춰 실버존을 확대하고 노인에 대한 교통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