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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50대 모범경찰 70대 부부 살인뒤 범죄 동기 쓸 테니 수기 원고료

일50대 모범경찰 70대 부부 살인뒤 범죄 동기 쓸 테니 수기 원고료

Posted January. 11, 2013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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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CD를 보내 정말 죄송합니다. 살벌한 사건이 많은데 저도 2명을 살해한 사람입니다. 제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동봉한 시신 위치를 그린 도면을 경찰 수사본부에 보여주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0년 6월 일본 시사주간지인 슈칸분슌() 편집부에 CD 한 장이 배달됐다. CD에는 2개월 전 도야마() 시에서 발생한 재일교포 70대 노부부 살인 및 방화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밝힌 글이 담겨 있었다. 발신인은 피해자의 시신 위치와 방향 등 경찰만 알 수 있는 사건 현장 도면도 동봉했다.

발신인은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킬 수밖에 없었던 과정에 대해 쓰겠다며 원고료를 요구했다. 자수하기 전에 할 일이 있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수기를 쓸 때 살인사건에 이르는 경과를 충분히 쓰겠지만 출신이나 가족 구성, 민족 관련 내용은 쓰지 않겠다고 해 자신이 같은 재일교포일 가능성도 내비쳤다.

잡지사는 경찰 취재를 통해 발신인이 범인임을 확신했다. 이후 범인의 요구엔 응하지 않았지만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 CD를 경찰에 내놓지 않았다.

일본 경찰은 지난해 11월까지 2년 반 동안 총인원 4만 명을 투입하고도 사건 해결의 단서를 잡지 못했다. 사건이 미궁에 빠질 우려가 있자 결국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잡지사의 CD를 압수했다.

CD 분석을 통해 범인의 이름을 확인한 경찰은 용의자를 좁히던 중 같은 지역의 현직 경찰 간부(54경위급)가 범인임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일선 경찰서의 유치관리계장으로 일하던 그는 각종 표창을 14차례나 수상한 모범 경찰이었던 것이다.

조사 결과 그는 빠찡꼬 등 도박으로 늘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동산업 등으로 상당한 자산을 모은 피해자 부부와는 34년 지기였다.

일본 언론은 이 사건을 10일 일제히 사회면에 다루며 황당해했다. 슈칸분슌은 최근호에 CD 내용 전문과 사건 경과를 게재하고 CD를 건네지 못했던 이유를 해명했다.



배극인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