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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마~ 가버려! (일)

Posted August. 11, 201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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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치킨집 사장 이모 씨(50)는 11일 오전 올림픽 축구 한일전을 앞두고 튀김용 닭 100마리를 본점에 추가로 주문했다. 2012 런던 올림픽이 개막한 후 평소 매출의 3배 이상을 올리고 있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더 많은 닭을 요청한 것. 올림픽 기간 내내 숨 돌릴 틈 없이 울리는 주문전화에 이 씨는 올림픽이 고맙기만 하다.

9일 밤 인근의 한 노래방. 사장 김모 씨(53여)는 세 시간째 멍하니 출입구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만 보고 있었다. 오후 4시경 영업을 시작했지만 6시간 동안 손님은 두 팀뿐이었다. 평소 평일에는 손님이 25팀 남짓 꾸준히 왔지만 올림픽이 시작된 뒤 거의 손님을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올림픽이 시작되고 가게에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김 씨는 손님 한 팀만 더 받고 평소보다 3시간 이른 오전 1시경 가게 문을 닫았다.

런던 올림픽 폐막(13일)이 다가오면서 시민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가지 마, 올림픽!

2010년 문을 연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펜싱학원은 지난달 31일 여자 개인 사브르에서 김지연 선수가 금메달을 딴 후 학원 수강 문의 전화를 하루 30통 넘게 받는다. 한 달 통틀어 받는 전화보다 하루에 더 많이 받고 있다. 평소엔 초중고교에 다니는 수강생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헬스 외에 다른 운동을 찾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다. 직장인 장혜승 씨(27)는 마땅히 여자가 혼자 할 만한 운동이 없던 차에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니 펜싱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딴 후 수영 수강 붐이 일었었다.

심야 배달 위주로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려왔다. 한국과 시차가 크지 않았던 베이징 올림픽과 달리 8시간 시차를 두고 열리는 런던 올림픽은 주요 경기가 밤 12시부터 오전 3시 사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7월 말부터 8월 초는 휴가철인 탓에 매출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올림픽 덕분에 사정이 다르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야식메뉴를 주로 파는 김모 씨(53)는 불황에 휴가철까지 겹쳐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평소보다 50% 이상 재료를 더 구입하고 있다며 한국 대표팀의 주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재료가 떨어져 더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할 때가 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가버려, 올림픽!

주부 홍모 씨(44)는 차라리 명절이 올림픽보다 편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림픽 기간 새벽 내내 꽥꽥 소리를 지르는 남편, 밤마다 야식을 챙겨달라는 중 2학년 아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는 탓이다. 올림픽 중계 때문에 평소 즐겨보는 드라마가 결방돼 속상한데 남편은 속도 모르고 매일 집에 들어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새벽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또 새벽이면 밤새 거실에서 남편과 아들이 박수치며 소리를 지르는 통에 잠도 편히 자지 못한다. 아침이면 남편과 아들을 깨우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새벽 경기 시청에 대비한 초저녁 수면을 위해 일찍 귀가하는 직장인이 많아지다 보니 단체 손님을 많이 받는 회사 근처 대형 음식점이나 술집, 노래방 등은 울상이다. 강서구 신월동의 한 음식점 사장 김모 씨(45)는 올림픽 때문에 2, 3차 술자리를 가려는 사람들이 없어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빨리 올림픽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