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성범죄 성수기다. 특히 8월은 월별 범죄 건수가 연중 가장 많다. 성범죄도 계절을 타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하의 실종 같은 여성들의 노출 패션이 성범죄를 부른다는 오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름에 성범죄가 많아지는 건 야간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적 특성 때문이지 여성의 옷차림과는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름이 겨울의 2배
2010년 발생한 성범죄 1만9839건 중 8월에만 2263건이 일어났다. 7월은 2211건으로 두 번째로 많다. 7, 8월에 연간 성범죄의 22.6%가 집중됐다. 11.6%가 일어난 1, 2월의 갑절 수준이다. 여름(68월) 성범죄 발생건수는 봄과 가을과 비교해도 각각 1.2배, 1.3배가 많다. 최근 5년 간(20062010년) 발생한 성범죄 현황을 봐도 여름에 일어난 비율은 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봄 25% 가을 24% 겨울 18% 순이었다.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역시 여름에 발생 빈도가 높다. 지난해 아동성범죄 발생 현황을 보면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 여름에 일어난 비율이 37%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가을 26%, 봄 24%, 겨울 11% 순이었다. 피해자가 13세 이상인 경우도 여름에 발생한 비율이 33.8%로 겨울(17.8%)의 약 2배였다.
살인, 강도 등 다른 강력범죄는 계절을 크게 타지 않는다. 2010년 기준으로 살인은 여름에 26%가 발생해 봄, 가을과 비슷했고 겨울보다 1.2배 정도 많았다. 강도도 여름에 발생한 비율이 22.6%에 그쳐 사계절 중 가장 적었다.
성범죄 대상 물색하기에 용이한 계절
여름에 유독 성범죄가 많아지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들이 대상을 물색하기에 가장 수월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우선 일조시간이 늘어나 야외활동을 하는 시간의 총량이 다른 계절보다 많다. 여름에는 치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야간시간에도 여성들이 야외활동을 하는 데 덜 부담을 느낀다. 성범죄자로서는 범행 대상이 될 만한 여성들을 관찰하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
성범죄자들은 해수욕장이나 공원 등을 찾은 여름 피서객들이 상대적으로 방심한 틈을 노리기도 한다. 휴가철이 주는 긴장의 공백상태를 파고드는 것이다. 특히 밤늦도록 이어지는 술자리가 많을 경우 피해자는 경계심을 풀게 된다. 가해자도 통제력을 잃고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들은 평소 왜곡된 성적 공상을 늘 하고 있어 이런 욕구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을 만나면 잠재돼있던 범행 충동이 곧바로 현실화 된다고 설명했다.
여름이 성범죄의 문턱을 낮추는 측면도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창문이나 현관문을 열어놓기 일쑤다. 발바리들이 주로 노리는 곳은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인 상황에서 에어컨 없이 열악한 환경에 놓인 가구가 많다보니 문을 열어놓고 지내다 쉽게 범행의 표적이 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 발생 여부는 여성의 노출정도가 아니라 피해자 주변의 치안 여건에 달려있다며 강남 부촌에 사는 젊은 여성들의 노출이 더 심하지만 성범죄는 열악한 주택가가 밀집된 강북지역에 훨씬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여름에는 열대야를 피하려 인근 유원지에 텐트만 치고 자거나 피서지에서 잠금장치를 소홀히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성폭력에 대한 잠재적 범의를 갖고 생활하는 성범죄자들에게 이런 환경은 범행의 위험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요인이다.
신광영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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