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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철수의 생각만 읽어선 국민이 판단할 수 없다

[사설] 안철수의 생각만 읽어선 국민이 판단할 수 없다

Posted July. 30, 201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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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28일자에 미사일 사거리 연장, 한일 정보보호협정,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3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여야 대선주자들의 인식을 비교하는 기획기사를 실었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2위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은 동아일보 취재팀에 답변을 거부했다. 안 원장 측이 대선출마 선언을 한 대선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답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선을 4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 여론조사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유력 후보가 정책 검증에서 한 발 비켜 서 있는 기묘한 모양새다

미국에선 대선 1년 전부터 여야 후보들은 치열한 정책 경쟁을 벌인다. 국민은 세계 10위권 대한민국을 5년 간 이끌어갈 사령탑이 어떤 정책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정책 경쟁을 벌이고,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안 원장이 10여일 전 펴낸 안철수의 생각은 정책 과제의 진단과 대안을 정치()하게 정리한 정책집이 아니라 이런저런 생각을 담은 정책단상()에 가깝다. 대부분 이래서 문제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논평하는 형식이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분명하게 밝힌 게 없다.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그 판단을 받아들이는 게 옳다면서도 설득과 소통이 생략된 채 강행된 강정마을 공사는 무리했다고 얼버무렸다. 책 내용만으로는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계속 하자는 것인지, 주민 설득이 미흡한 무리한 공사를 취소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책만 보고선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안 원장의 진정한 생각을 판단할 수 없다.

모든 정책에는 비용과 편익이 따른다. 비용은 들지 않고 편익만 있거나 편익은 없고 비용만 드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구체적 정책을 실현하자면 선택의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안 원장은 구체적인 정책 표명을 미룬 채 세상은 공정해야 하고, 복지와 평화는 중요하며, 모든 정책에는 소통과 합의가 중요하다는 식의 추상적 생각만 보여줬다. 그저 애매모호한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안철수의 생각은 411 총선 이후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 도 다루지 않았다. 그를 인터뷰를 한 제정임 교수의 질문은 논쟁적이지 않았고, 안 원장의 원론적인 의견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이었다. 안 원장은 이 책을 펴낸 것은 (대통령 출마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듣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면 오히려 알쏭달쏭해진다. 이 책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안 원장이 국민에게 성실히 답하는 것이 옳은 태도다.

안 원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많은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이 자신을 포함해 지지율 조사를 했는데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으니 여론조사에서 나를 빼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는 그 자신이 잠재적 대선주자임을 국민 앞에 밝힌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에 훨씬 뒤쳐지는 여야 대선주자들도 한 가닥 희망을 좇아 열심히 정책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안 원장만 아직 정식 출마선언을 안 했으니 구체적 정책을 내놓을 수 없다고 연막을 피운다면 이는 국민에게 이미지만 가지고 깜깜이 선택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 원장은 상식과 정의를 누구보다도 강조하는데 대선이 1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정책 표명을 회피하는 것은 정치의 상식도, 국민의 바른 선택을 도와야 한다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의도 아니다. 안 원장은 자신의 정치 무경험에 대해 나쁜 정치를 안 한 것이 왜 나쁘냐고 하지만 지금 그 자신이 안철수 식 나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