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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 장기전 대비 비상계획 손질 (일)

국내 산업계, 장기전 대비 비상계획 손질 (일)

Posted June. 13, 2012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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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은 12일 유럽 선사로부터 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중형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4억5000만 달러(약 5265억 원)에 달한다. 이번 수주는 국내 조선업계가 컨테이너선으론 올 들어 처음으로 따낸 계약이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자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컨테이너 수요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사 갈등에 이은 파업사태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진중공업은 이번 컨테이너 수주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이날 최종적으로 유럽 선사와 계약서에 사인하기까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 때문이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계약 당일까지 선주 측의 마음이 돌아설까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로존 경제규모 4위인 스페인의 구제금융 사태로 국내 산업계도 최고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대위기에 시행하는 행동지침을 담은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가동하기 직전단계다.

우리나라 수출 가운데 유럽연합(EU)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0%다. 하지만 유로존의 불안은 대() EU 수출 부진은 물론이고 EU가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 중국의 EU 수출이 제대로 안 되면 우리나라의 대중 부품 수출도 덩달아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로 가장 몸살을 앓고 있는 업종은 조선업이다. 국내 조선업의 수출액 가운데 62%가 유럽 지역에 몰려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로) 아예 유럽 쪽에서 선박 발주가 뚝 끊겼다며 조그만 상선 주문이 간혹 나오지만 이런 배는 나오는 즉시 중국 조선업체들이 저가() 수주로 싹쓸이 해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장기전을 대비해 주력업종인 상선 대신 해양플랜트,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등 틈새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자동차산업 역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수혜가 유로존 위기에 희석될까봐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EU 수출비중은 지난해 12.8%다. 국내 완성차업계 1위인 현대기아자동차는 올 한 해 유럽에서 모두 82만1000대를 팔 계획이었으나 유럽발 위기로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로존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이는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 내 최대 시장인 만큼 이들 국가에서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기업 GM의 유럽 수출 기지이기도 한 한국GM은 올 들어 5월 말까지 유럽지역 수출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줄었다. 한국GM은 전체 완성차 수출의 30%가 유럽일 만큼 의존도가 높다. 한국GM은 유럽시장 자동차 수요 감소에 대응해 올 하반기(712월)부터 연료소비효율을 높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수출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역시 유럽행 화물수송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 넘게 줄어들면서 부진한 모습이다.



정효진 한상준 wiseweb@donga.com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