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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푸틴이 이끄는 중-러 밀월

Posted June. 07, 2012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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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외면하고 올해 5월18,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G8 정상회의에 러시아 대통령이 가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푸틴은 G8 정상회의와 별도로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자는 오바마의 서한까지 무시했다. 푸틴은 그제 중국 베이징을 찾아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났다. 러시아의 친구는 미국이 아닌 중국임을 과시한 푸틴 식() 정상외교다.

푸틴은 지난달 3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2000년부터 8년간 재임한 뒤 3선 연임 금지에 묶여 총리로 물러났다 4년 만에 대통령으로 복귀했다. 이번에는 개헌으로 임기가 6년으로 늘었다. 그가 2018년 재선에 다시 성공한다면 2024년까지 대통령으로 군림한다. 현대판 차르라는 별명이 붙을 만한 권력욕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11월 대선이 실시되고 중국에서도 연말에 5세대 지도부가 들어선다. 푸틴은 탄탄한 국내 입지를 바탕 삼아 국제사회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려 할 듯하다.

푸틴은 베이징 방문 전날 런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어떠한 국제적 과제도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고 두 나라의 이익을 고려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21세기 지정학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힘을 합쳐 국제 현안 해결을 주도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오바마를 멀리하고 있다는 고백처럼 들린다. 후진타오와 푸틴은 양국 회담에 이어 베이징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의에 이란 대통령을 초청해 이란 핵 해결 방안을 조율했다. 중-러 정상은 시리아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서방세계와는 달리 무력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정책과 중-러 밀착이 충돌하면 한반도에도 큰 파장이 미치게 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한국의 국익이 손상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을 더할 나위 없는 수준으로 복원했고, 수교 20주년을 맞은 중국과의 관계도 많이 발전시켰다. 그러나 한-러 관계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최소한 6년은 대통령의 자리를 지키며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일 푸틴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외교가 절실하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푸틴의 외교력을 활용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