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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살 공포에 떠는 동생 혜진이 구해주세요

총살 공포에 떠는 동생 혜진이 구해주세요

Posted February. 21, 201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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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한마을에서 태어나 함께 산 사촌 동생은 고기를 참 좋아했어요. 한국에 들어오면 삼겹살이니 갈비니 다 사주려고 했는데. 그 평범한 일이 우리에게는 이룰 수 없는 꿈같은 일이 됐네요.

5년 전 북한을 떠나 한국에 들어온 새터민 이철진(가명) 씨는 지난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누구보다 자신을 따랐던 사촌 여동생 박혜진(가명) 씨가 고향인 함경남도를 떠나 중국 지린() 성 창춘()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부랴부랴 중국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동생과의 만남을 준비했다. 어릴 적부터 애교가 많고, 특히 박 씨를 보면 오빠 하고 부르며 학교까지 따라오던 동생이었다.

하지만 곧 만나게 될 줄 알았던 박 씨는 그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 브로커까지 동원해 동생의 행방을 찾았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혹시나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애써 아무 일도 없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소식이 끊긴 지 5개월이 지난 14일 이 씨는 무심코 길을 걷던 중 가판대 위에 놓인 신문을 보고 맥이 풀려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신문에는 중국 공안에 탈북자들이 붙잡혀 곧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사촌동생도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당국이 탈북자는 3대를 멸족시키겠다고 공언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기에 북한 당국이 시범케이스로 동생을 다루지 않을까 가슴을 졸였다. 걱정하는 마음에 며칠간 회사도 못 나갔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16일부터 한 온라인사이트(www.change.org/petitions/save-north-korean-refugees-savemyfriend)에서 시작된 탈북자 북송 저지 서명운동에 3일 만에 전 세계 2만여 명이 동참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수록 중국 정부도 탈북자의 북송을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 힘을 내기로 했다. 그는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꾹꾹 눌러 편지를 썼다.

동생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기자에게 전하는 그의 눈시울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아직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못 했어요. 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동생을 다시 만나면 꼭 사랑한다고, 이제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발 관심을 가져 주세요.



박승헌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