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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한국 요구 무시할 명분없어 정부도 조용한 외교 버려라 (일

중, 한국 요구 무시할 명분없어 정부도 조용한 외교 버려라 (일

Posted February. 15, 2012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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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

최근 중국으로 탈북했다 8일 선양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A 양의 아버지 김영남(가명) 씨가 중국은 내 딸을 부모가 기다리는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호소했다. 동생 B 군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있는 김영란(가명) 양도 북한에 계시던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동생 외의 다른 2명의 혈육은 모두 한국에 있다면서 가족도 없는 북한으로 동생을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수일간 집단으로 체포된 탈북자 31명 대부분은 한국에 부모 형제 등 혈육이 있다. 과거 가족들은 모두 북한에 있는데 혼자 넘어오던 때와는 달라진 탈북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 입국 탈북자가 지난해 말 2만3000명을 넘어서면서 탈북은 기획 탈북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먼저 한국에 와 자리를 잡은 가족들이 중국의 탈북 브로커들에게 돈을 줘 북에 남은 가족의 탈북을 돕는 것이 대표적이다. 2010년 말 양강도 혜산에서 탈북한 최모 씨의 경우 지난해 초 탈북자 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을 나와 서울에 자리 잡은 뒤 12월 중순까지 불과 10개월 만에 10여 명의 북한 가족을 모두 데려왔다.

한국에 가족이 살고 있어 이뤄진 기획 탈북 과정에서 체포된 탈북자는 북한 주민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국민의 가족이라는 특징도 있다. 이미 탈북한 가족이 한국민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과거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다. 과거 중국 당국은 탈북자 문제는 북한과 중국 간의 문제로 한국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한국 정부는 탈북자를 국제 난민 협약에 따른 인도적 처리에만 호소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체포된 탈북자의 가족이 한국민인 경우 이는 한국 국민 가족의 문제가 됐다. 그런 만큼 한국 정부도 조용한 외교를 펴온 기존 태도에서 벗어날 명분이 생겼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 혈연을 강조한 인도주의적 호소를 하며 정공법으로 나갈 여지가 생긴 것이다. 통일운동단체인 통일시대사람들의 김지우 대표는 최근 탈북자들이 미국, 영국 등에 적극 진출해 현지 시민권을 따고 있는데 머잖아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가 미국인의 가족, 영국인의 가족이 돼 복잡한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탈북 브로커들의 수고료는 북-중 국경을 넘는 데 보통 300만 원 정도다. 2008년만 해도 북-중 국경을 넘는 가격은 5만 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최근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서 가격이 껑충 뛰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안전한 동남아 국가까지 가는 데는 200만 원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들이 데려와야 할 북한 가족의 수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탈북 러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단속 강화는 탈북 가격을 더욱 치솟게 할 뿐 탈북 흐름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경경비대와 보위부 등 국경 통제 기관들이 크게 부패해 있는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함께 모여 살려는 혈육의 간절한 욕망은 그 어떤 힘도 초월한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