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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총선 앞두고 증세정책 봇물 전문가들이 본 문제점은 (일)

여야 총선 앞두고 증세정책 봇물 전문가들이 본 문제점은 (일)

Posted January. 31, 201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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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총선 승리의 핵심 공약으로 복지 확대를 주창하면서 복지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지금보다 더 걷어야 한다고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소득세와 법인세 과세표준 최고구간의 세율을 높이고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한나라당도 여유 있는 사람이 세금을 더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며 증세() 기조를 분명히 했다. 복지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증세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고소득층 등 특정계층에 세() 부담을 집중시키거나,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세정()의 원칙을 왜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고소득자 소득세 더 내야 할 듯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30일 조세부담률을 2017년에 21.5%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1% 부자증세를 통해 99% 국민의 세금은 늘리지 않고 복지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19.3%인 조세부담률이 2%포인트가량 올라가면 연 세수가 25조 원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소득세 과표 1억5000만 원 초과구간을 신설해 38% 세율 적용 법인세 과표 최고구간에 25% 세율 적용 부동산 보유세 증가 및 금융소득 과세기준(현행 4000만 원) 하향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금을 과세소득에 포함하는 재벌세 도입도 논의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증세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산하 정책쇄신분과 위원장은 재벌세라는 게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도 여유 있는 사람이 세금을 더 부담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소득법인세 최고구간 감세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고, 고소득자의 금융자산 양도소득세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증세 논의는 고소득층의 소득세 세율 인상으로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간접세를 건드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금융과세는 파생상품거래세 등 일부 내용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주식 양도소득세 등 근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도 29위에 머물고 있다. 법인세와 부동산 보유세도 가능성 높아

법인세와 부동산 보유세도 증세 논의가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법인세의 경우 과표 2억 원 초과구간 세율이 22%이지만, 각종 투자고용 관련 공제를 감안하면 실질세율은 10%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세 논의도 결국은 법인세 과세감면을 줄이자는 것이다. 2008년 감세논의 당시 법인세 감세(5년간 13조1550억 원)가 소득세 감세(11조9090억 원)보다 컸던 만큼 되돌릴 여지도 높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재정학)는 단순한 세율을 높이는 게 아닌 법인세제 전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세도 최근 국토해양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로 부담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거래세에 비해 지나치게 낮고, 부의 재분배 효과가 큰 세목이라는 점에서 증세의 타깃이 될 개연성이 높다.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과거 종부세와 같은 형태의 부동산 보유세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증세 논의가 부자 때리기 식의 징벌적 증세에 모아질 경우 복지재원 확보라는 증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확정된 과표구간 3억 원 초과 소득세 38%로 확보한 세수는 고작 7700억 원으로 올해 전체 예산(325조4000억 원)의 0.23%에 불과하다. 민주통합당 안대로 과표구간 1억5000만 원을 신설해도 세수 증대 효과는 1조 원 안팎에 그친다. 국민 조세부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사업소득자 2039만 명 중 41%(839만 명)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부유층의 세금만 늘리자고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