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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문 열리는데 통상전문 변호사 찾아 삼만리

FTA 문 열리는데 통상전문 변호사 찾아 삼만리

Posted November. 25, 201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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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교섭본부는 최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하기 위해 통상법 전문 변호사를 수소문했다가 한 명도 구하지 못하는 낭패를 겪었다. 한-EU FTA 협정문에 따르면 양국 간 통상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양국 정부는 중재재판부 역할을 맡을 패널 후보군을 한국인 5명, EU 출신 5명, 제3국인(양측 공동추천) 5명을 추천하게 돼 있다. 통상교섭본부는 6월 모집 공고를 내고 원서를 받았는데 마땅한 변호사를 끝내 찾지 못해 교수로만 5명을 채웠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당국자는 FTA 시대에 통상 전문 변호사 한 명을 제대로 못 구하는 현실이 씁쓸했다며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가슴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EU와 FTA를 맺으며 세계 경제영토의 61%를 자유무역 지대로 확보했지만 정작 국내에 통상법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변호사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FTA 관련 괴담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현실도 통상분쟁 경험을 쌓은 법률 전문가가 전무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통상법을 아는 변호사가 없다

국내 법조계에서 통상 전문 변호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우리 정부는 1997년 주세()사건(소주 주세가 양주 주세보다 낮은 게 WTO 내국민대우원칙에 위반했다고 지적해 발생한 분쟁) 이래 총 26건의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을 겪었는데, 모두 해외 법무법인에만 소송을 맡겼다. 이성호 통상교섭본부 통상법무관은 국내 변호사들은 법률 능력이 달리고, 언어 장벽도 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국가 이익이 달린 분쟁에 검증이 되지 않은 변호사를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미 FTA에서 반대세력들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독소조항이라 주장했던 논리도 우리나라에 통상 전문가가 없어 분쟁이 생길 경우 백전백패한다는 것이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인 중재조정인은 총 8명이 등재돼 있지만 이 중 소송에 참여해 본 사람은 없다. 정부는 우리가 ISD 소송을 당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ICSID에 중재인으로 등록된 신희택 서울대 교수(전 김앤장 변호사)는 유명 법률가가 많은 선진국과 달리 아시아권에서는 국제투자와 관련한 법률인이 적어서인지 소송에 참여한 경험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통상 전문 변호사가 부족해 통상법 전공 교수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표적인 통상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WTO 패널위원 중 한국인은 11명인데, 이 중 4명은 외교부 공무원이고 7명은 교수다. 교수 중 일부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전문 변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정부가 나서 통상 전문가 양성해야

2002년 EU가 한국 정부 보조금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국내 조선소를 상대로 낸 6조 원의 국제소송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던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전문가는 경험을 통해 양성돼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자세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한미 FTA, 한-EU FTA를 추진하면서 반대세력의 온갖 괴담에 변변히 대응을 못한 것도 결국은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볼리비아가 FTA 때문에 빗물을 받아 마신다 유럽과 FTA를 체결하면 상생유통법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괴담 수준의 주장을 장관 출신인 정동영 민주당 의원, 변호사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공공연히 전파하고 있는데도 통상 전문가가 없다 보니 정확한 논리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괴담이 확대 재생산돼 소모적인 논쟁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상훈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