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장품의 로드숍 브랜드 더샘은 최근 경남 통영 앞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바다 달팽이 군소의 추출물이 들어간 닥터 뷰티 셀 리페어 크림을 내놓았다. 과거에는 식용으로 먹던 군소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게 된 것은 일반달팽이보다 20% 이상 탁월한 피부재생효과 때문이었다. 이 회사가 올 여름 선보인 해양성 콜라겐 제품인 딸라소보떼 크림은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더샘 관계자는 구제역 여파로 원료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고려해 해양성 콜라겐을 담은 제품을 내놓았더니 예상 외의 인기에 회사도 깜짝 놀랐다며 해양성 원료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고려해 바다달팽이도 화장품으로 제품화했다고 말했다.
바다로 간 화장품회사들
요즘 화장품업계에서는 해양성 원료가 차세대 화장품 성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환경오염, 방사능 유출 등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육지 대신 바다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생물의 80%가 살고 있는 바다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성분을 얻을 수 있는 자원의 보고로 부각되는 이유다. 또 육지에 비해 오염의 정도가 약하고 자체 정화 능력이 뛰어나 원료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업계가 너도나도 마린 뷰티(marine beauty바다화장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바다와 맞닿은 전남과 경북에서는 해조류 추출물을 이용한 해양성 성분 산업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한터라 앞으로 해양성 성분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얼굴의 보약으로 각광받는z 해양성 원료는 주로 해조류나 해양생물 추출물, 해양심층수 등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산 참미역이 피부 재생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름 개선 효과가 큰 제품을 내놓았다. 해양심층수도 먹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표층수와 달리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해양심층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해조류가 광합성을 거의 하지 않아 무기 영양염류와 미네랄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영양의 보고다. 더군다나 대장균이나 유해 미생물이 없어 화장품 원료로 제격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오지에서 찾아라
LG생활건강은 5월 극지연구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남극의 생물 자원 중 특히 해양 미생물, 이끼류처럼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생물체 연구에 나섰다. 화장품업계 마지막 숙제로 일컬어지는 피부노화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천구 LG생활건강 CTO는 극지에 살고 있는 생물들은 일반 환경보다 강한 자외선, 심한 기온 변화 등에도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피부 노화를 예방하는 성분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아프리카 밀림이나 시베리아도 화장품회사들에게는 더 이상 오지가 아니다. 극서, 극한의 기후와 상관없이 강한 생명력을 이어가는 동식물은 에이지리스 뷰티(ageless beauty노화방지 화장품)를 개발하는데 영감을 준다. 토니모리는 아프리카의 모로코 남서부 지방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아르간 나무 열매에서 채취한 아르간 오일과 부활초에서 화장품 원료를 뽑아냈다. 더샘은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에서 자작나무 수액을 먹고 자라는 천연버섯인 차가버섯을 발효시켜 만든 세럼 제품을 만들었다. 천연화장품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구달은 브라질 열대 아마존 밀림 속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인 무루무루 씨드 성분을 화장품으로 만들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끊이지 않는 자연재해나 환경 오염의 심각성 때문에 유기농이나 친환경 화장품을 넘어서 최근에는 원산지 자체가 청정 지역인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효진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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