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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개혁 한국도 강건너 불 아니다

Posted October. 12, 2011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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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소비자협회 등이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금융자본 규탄시위를 국내에서도 열기로 한 가운데 한국 금융자본의 탐욕스러운 경영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국내 은행들이 역대 최고의 순이익을 내고 있어, 실적 향상 배경에 의혹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고배당에 집착하지 말고, 이익을 많이 낼 때 현금을 축적해 경제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뉴욕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대가 자국 정부에 제시한 개혁안 12개 항목 가운데 절반 정도는 국내 금융 관련 개혁과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성과급, 대학생 빚 문제, 소비자보호 강화, 역외펀드 규제 같은 금융개혁안에 대해 국내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농협과 수협을 포함한 18개 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조 원에 이르러, 연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07년의 15조 원을 넘어 20조 원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이를 토대로 모든 직원에게 월급여의 50150%를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은 은행 형편이 어려울 때는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받아 연명했으면서도 성과급을 빠뜨리지 않는 데 대해 분노한다.

또 미국 대학생들의 과도한 부채 역시 한국이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대부업체를 이용하면서 연 40%대의 빚에 짓눌려 있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선 대학생들이 의욕을 갖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기 힘들다. 대학생 1인당 대부업체에 진 빚이 160만 원에 이르는 현실은 제도권 금융회사의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국내 금융회사들은 저리 학자금 대출재원을 대폭 늘리기보다는 부실을 우려하며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회사의 부당행위로 피해를 본 소비자를 구제하기 위해 소비자보호기구의 권한을 강화하라는 미국 시위대의 요구는 국내 금융감독 체계 개편 과정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하지만 현재로선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부실 감독을 질타하면서 총리실 주도로 금융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8월 발표한 혁신방안에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가 중장기 과제로 밀렸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소비자보호원을 산하기구로 설치하기로 했지만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형식상 기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예대마진과 보유주식 평가차익 덕분에 쉽게 돈을 벌어왔는데도 이익을 향유하는 데만 치중해온 측면이 있다며 과점적 지위로 얻은 이익이라면 일부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