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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응급피임약 약국판매

Posted July. 01, 201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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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들이 2008년 서울시내 30개 산부인과 병원을 대상으로 사후에 먹는 응급피임약 처방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7월(연간 처방의 25%) 8월(23.5%) 12월(22.2%) 등 여름휴가철과 연말에 집중돼 있었다. 약을 처방받은 사람의 80%가 미혼이었다. 여름철 주요 관광지 부근 산부인과 병원은 남자 친구와 휴가 왔다가 응급피임약을 처방받으려는 여성들로 반짝 특수를 누린다.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보다 에스트로겐 등 호르몬의 함량이 10배 이상 높다. 성관계 직후 72시간 내에 먹으면 배란 수정 착상을 억제해 8090% 임신을 막아준다. 고농도 호르몬 투여에 따른 구토 메스꺼움 등 부작용이 있고 반복 사용하면 건강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처음에 강간 피해자에게 사용되던 이 약의 효능이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시장규모는 2006년 34억 원에서 2010년 59억 원으로 커졌다.

이 약을 둘러싼 의사와 약사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대한약사회가 이 약을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자고 주장하자 시민단체들도 동조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응급피임약은 72시간 내에 복용해야 하는데 의사들이 이 기간에 무슨 수로 임신 여부를 진단하느냐며 여성의 선택권 차원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반대하고 있다. 일부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응급피임약을 병원에서 직접 팔 수 있도록 해 달라며 한술 더 뜨고 있다.

외국에서도 응급피임약 판매는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는 의사 처방 없이 구입하도록 허용한 나라가 많다. 낙태에 부정적이던 조지 W 부시 정부는 2006년 18세 이상에게는 처방전 없이 응급피임약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중국에서도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위해서는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응급피임약 복용이 낙태인가 아닌가, 이 약이 미혼남녀의 무분별한 섹스를 부추기는 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여성의 임신선택권이 건강보다 우선하는가 등의 문제다. 이는 의사와 약사의 힘겨루기로 판가름할 일이 아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