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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EU만큼 개방을 한국 식탁 노리는 나라 줄섰다

미-EU만큼 개방을 한국 식탁 노리는 나라 줄섰다

Posted May. 06, 20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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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한-EU FTA는 7월 잠정 발효될 예정이다. 정부는 앞으로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유럽 수출이 힘을 받게 됐다며 그덕분에 한국은 앞으로 최대 5.6%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연평균 3억6000만 달러의 무역흑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내 농축산업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한-EU FTA 체결로 인한 피해의 90% 이상이 이 부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국내 농축산업계는 앞으로 15년간 약 2조2000억 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축산업계의 피해 규모만 2조 원에 이른다. 축산분야는 유럽과의 가격품질 경쟁에서 경쟁력이 가장 떨어지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FTA 체결에 따른 국내 농축산업 타격은 비단 유럽과의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과 타결한 FTA가 발효될 경우 피해는 이보다 훨씬 커진다. 정부는 한미 FTA 발효가 국내 농업분야에 10조 원, 이 중에서도 축산업 분야에 7조 원 규모의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남미, 호주 등 농축산 강국과의 FTA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한국의 식탁을 둘러싼 해외의 시장개방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협상국 상당수가 농업 강국

그간 우리 정부는 국가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80여 개에 이르는 나라와 동시다발적인 FTA를 추진해 왔다. 이미 칠레,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인도 등 17개 나라와 FTA를 체결발효했고 EU(27개국), 미국, 페루 등과는 협상을 타결하고 발효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을 진행 또는 준비 중인 나라도 호주, 캐나다, 중국, 콜롬비아 등 20여 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세계적인 농업 강국이란 점이다.

특히 지난해 양국 간 FTA 체결 공동연구를 마친 한중 FTA의 경우 국내 농업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중국은 유럽 미국과 달리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신선식품 분야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야채 꽃 등 신선품목은 국내 농가들의 주요 수입원이란 점에서 타격이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FTA 체결을 논의 중인 상대국들이 모두 미국 EU 수준의 높은 개방을 요구하는 것도 한국으로서는 골치다. 통상분야의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호주 캐나다 등도 최소한 미국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호주의 경우 쇠고기는 미국과, 낙농품은 EU와 품목이 겹쳐 협상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통상 분야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자동차 수출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대가로 농축산업 분야는 거의 그대로 내주고 있는 판이라며 최근 국제 곡물가격 급등 및 기상이변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통상개방 과정에서 식탁 분야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가 입막기식 대책 재정낭비 심해

그러나 국가 수입의 대부분이 수출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실제 정부의 협상 관심은 농업 분야보다 제조업 분야에 쏠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한다면 국내 농가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키워줄 대책을 마련한 뒤 협상을 타결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제조업 분야의 조건이 맞으면 일단 FTA는 타결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역시 협상 전 단계에서 충분한 숙고를 하지 않다가 타결 후 돈으로 농심()을 달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한-EU FTA 비준 과정에서도 정부는 8년 이상 직접 운영한 면적 990m(300평) 이하의 축사와 토지 처분 양도세를 100% 감면해주고 EU 지역 수입품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FTA 이전 가격의 85% 이하로 떨어질 경우 차액의 90%를 직불금 형태로 보전해 주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약속하고서야 야당의 비준 동의를 얻어냈다.

문제는 이런 지원책들이 정치적 합의의 산물로 나오면서 재정 배분의 비효율성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축산농가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 요건은 8년 이상 직접 운영한 목장면적 990m 이하의 축사부수토지를 폐업 시 양도할 경우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선 8년 동안 계속 목장을 운영했는지 여부, 실제 990m 이하의 땅을 축사와 부수토지로만 사용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임우선 정혜진 imsun@donga.com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