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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수종사업

Posted February. 26, 20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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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을 설립한 이병철 회장은 1982년 반도체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의 나이 고희를 넘긴 73세였다. 삼성그룹은 이듬해 공식적으로 반도체 진출을 선언했지만 국내외의 반응은 차가웠다. 긴축정책을 폈던 정부는 무모한 투자라며 말렸다. 기술을 준다던 일본 샤프가 일본 내에서 매국노로 매도당하면서 사업 여건이 크게 위축됐으나 이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과감히 밀어붙였다. 오늘날 반도체 사업 없는 삼성그룹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 회장은 훗날 하이테크 산업으로 변신을 도모하지 않으면 경제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는 확신으로 투자했다고 회고했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로 우뚝 선 현대자동차도 출발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미국 포드자동차와의 합작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포드가 기술 이전을 꺼리자 과감히 합작을 포기하고 고유모델에 도전했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의 아우인 정세영 씨가 이탈리아 회사에 자동차 디자인을 맡기고 공장 건설과 설비 발주를 동시에 진행하는 우여곡절 끝에 1976년 국산 고유모델 1호인 포니를 탄생시켰다. 정주영 회장이 환갑을 넘긴 나이였다.

반도체나 자동차는 당시 국내 기업으로서는 처음 진출하는 분야였다. 당시 국내 첫 반도체 웨이퍼 가공회사로 한국반도체가 있었으나 자금난으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자동차 산업은 외국에서 부품을 들여다가 조립해 생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항공 등 국내 기업이 신규로 개척하는 산업이 많았다. 이병철 정주영 회장 같은 기업인의 도전이 우리 경제를 상승궤도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영향도 있고, 오늘의 대기업을 일으킨 창업자들만큼 도전적인 경영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관점도 있다. 분배와 복지를 강조했던 정부 정책도 영향을 주었을 듯하다. 기업들은 새로 시작하는 사업을 나무를 심는 일에 비유해 신수종() 사업이라고 부른다. 삼성그룹이 신약 개발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굴지의 재벌그룹에서 신수종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오랜만이다. 신약 개발 분야에는 이미 진출한 대기업도 있고 중소 제약회사도 많다. 삼성그룹은 국내 업체보다는 화이자 같은 세계적인 제약회사와 당당히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