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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악화 다급한 북, 손 더 크게 벌릴 듯(일)

경제악화 다급한 북, 손 더 크게 벌릴 듯(일)

Posted January. 30, 20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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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은 과거처럼 대규모 경제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작년 10월 남북 간 싱가포르 비밀 접촉 때도 정상회담의 대가로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와 남측의 대규모 식량 지원 등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29일 북한이 정상회담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고 잘라 말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정상회담을 매개로 쌀과 비료 지원을 한 적이 있었다. 유엔 제재조치와 화폐개혁 후유증으로 그때보다 경제사정이 더 악화됐기 때문에 북한이 한국의 원조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북한이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나 투자를 요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일회성 원조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올 수 있는 산업기반이나 인프라 설비를 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작년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석유와 식량 원조 약속을 받아낸 것 이외에 경제기술 협조 협정 소프트웨어 산업분야 교류협조 양해문 등을 채택했다. 북한이 최근 한국의 산업은행 격인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국가개발은행의 대외 창구 기능을 하는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총재는 한국통으로 꼽히는 박철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북 지원에 신중한 자세다. 대북 정책의 뼈대인 비핵개방3000 구상은 북한의 핵 포기북한 경제를 수출주도형으로 전환400억 달러 상당의 국제협력자금 투입1인당 국민소득 10년 내 3000달러 달성의 순으로 정리돼 있다. 핵 포기가 대전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선 북한이 수긍할 만한 경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현금을 쥐여줄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우리가 뱉어 놓은 말이 있다. 비핵화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기존 원칙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북한에 돈을 대준다면 과거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대북 지원과 관련한 정부의 태도가 과거보다 유연해진 듯한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만 보인다면 경제 지원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핵 포기의 진척 단계에 연동해 규모를 조절하겠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비핵화의 현실적 목표에 대해서도 물리적인 핵 폐기가 아니라 핵무기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묶어두는 정도로 설정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