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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측 회담 전략은 FTA 논의 먼저 오바마 북-미대화 오버 안한다

한국측 회담 전략은 FTA 논의 먼저 오바마 북-미대화 오버 안한다

Posted November. 19, 20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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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태운 에어포스 원(미 대통령 전용기)은 18일 오후 7시 40분경 경기 오산시 주한미군 공군기지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미국 대통령들은 과거에도 예외 없이 주한미군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 등의 영접을 받고 잠시 환담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장병들을 격려한 뒤 전용 헬기인 마린 원을 타고 숙소인 서울 시내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 이 호텔은 경호상의 편리함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의 숙소로 자주 애용되는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별다른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하며 19일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18일 아무런 공식 일정도 잡지 않고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정상회담 의제를 꼼꼼히 점검했다. 특히 올 6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공식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묵는 등 환대를 받은 바 있는 이 대통령은 의전과 경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진전방안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은 이 대통령이 최근 북핵 해법으로 제안한 그랜드바겐 구상, 즉 일괄타결 방안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전 그랜드바겐이라는 용어를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이 대통령과 나는 북핵과 미사일 확산 문제에 대해 포괄적 해결(comprehensive package)을 이뤄낼 필요성에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미 양자대화와 관련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은 북한과의 실질적인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을 6자 회담에 조속히 나오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6월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문제가 장기 해결 과제라면 한미 FTA 진전방안은 손에 잡히는 이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먼저 FTA 문제를 논의한 뒤 북핵 문제로 넘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상당히 진전된 오바마 대통령의 답변이 나오길 기대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9월 한미 FTA에 대한 관련 산업계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약 90%가 절대 찬성했으며 미국 하원의원 88명이 한미 FTA의 의회비준 준비를 요구하는 서한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개혁 문제 등 미국 내부 사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미 의회의 조속한 비준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우리 정부도 알고 있다. 따라서 두 정상이 조속한 비준을 위한 노력이라는 선언적 합의만 밝힐지 그 이상의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할지도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내년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또 다음 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치(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 결정을 소개하며 녹색성장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한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의 대학생 강연, 판문점 방문 등도 검토됐으나 체류 시간(21시간 정도)이 워낙 짧아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한미 양국은 두 나라 간에 정책조율이 매우 원활하게 이뤄져 왔으며, 이미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번 방한 일정은 간략하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격식과 외양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실무형 정상외교를 선호한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한 관계자는 미국 측이 오바마 대통령이 한중일 3개국 중 한국을 가장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음을 기약하자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