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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렛일마저 끊겨 구청 찾았더니 승합차 있어 보호대상 안된다더라

허드렛일마저 끊겨 구청 찾았더니 승합차 있어 보호대상 안된다더라

Posted February. 06, 20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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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빈곤층의 사각지대가 많은 것 같다. 내가 들은 바로는 한 모녀가 같이 사는데 헌 봉고차가 집에 한 대 있어서 그것 때문에 기초수급대상자가 안 된다고 하고 모자보호법 대상도 안 된다고 한다. 봉고차가 10년 이상 지나야 해당이 된다고 하는데 이는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경기 안양의 보건복지종합상담센터인 129콜센터를 방문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초등학생의 편지 사연을 들어 신빈곤층의 사각지대를 찾아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서 이 대통령은 이날 일일 상담원으로 이 초등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초등학교 3학년생은 인천 남동구 구월2동의 한 연립주택에 사는 김 모(11) 양.

이날 오후 김 양이 사는 지하 단칸방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김 양이 늦은 점심식사를 하다가 황급히 인사를 건네며 입가를 훔쳤다. 반찬은 김치 한가지뿐이었고, 물에 밥을 말아 먹고 있었다.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는 김 양의 어머니 김옥례(52) 씨가 철제 앵글에 매트리스를 깔아 만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방에는 그 흔한 컴퓨터도 한 대 없었다.

김 씨는 월세를 5개월째 내지 못해 집주인이 방을 2월까지 비우라고 했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일자리도 없어져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난방유를 팔던 남편과 함께 전북 남원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오던 김 씨는 2003년 4월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이혼했다.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던 김 씨는 법원에 개인파산 신청을 한 뒤 다섯 살짜리 딸을 데리고 친구가 사는 인천으로 옮겨왔다.

다행히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보증금 200만 원을 빌려 줘 월세 22만 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을 얻었다.

이 때부터 김 씨는 건축 공사장과 식당 허드렛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난해 8월 정부가 생활비와 학비 등을 지원하는 한부모 가족 프로그램을 신청하려고 남동구청을 찾았지만 한숨을 쉬고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김 씨가 교회 신도를 실어 나르기 위해 구입한 1999년 형 6인승 승합차가 10년이 되지 않았고, 생계유지가 아니라 자원봉사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것.

김 양은 지난 달 16일 어머니 몰래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다.

매일 철야 기도를 드리며 일자리와 집 문제로 우는 엄마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파서 대통령 할아버지께 편지를 쓰게 됐어요.

대통령 할아버지께로 시작하는 4장 분량의 편지에는 김 양의 가정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애절한 사연이 실려 있었다. 김 양은 운전을 잘하는 엄마에게 일자리가 생겨 더 이상 엄마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 소원이라고 적었다.

김 양이 보낸 편지 때문인지 이달 4일 구청의 사회복지담당 직원이 쌀 1포대와 라면 1상자를 들고 김 씨 집을 찾아왔다. 이 직원은 김 씨가 승합차를 처분하면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하는 것은 물론 임대주택 신청과 자활사업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김 씨는 5일 승합차를 75만 원에 팔고 말았다. 김 씨의 유일한 희망인 딸은 공부를 잘한다. 지난해 학교에서 치른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모든 과목 만점을 받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책을 사줄 형편이 되지 않아 주로 이웃에 사는 상급생 언니가 쓰던 참고서와 문제집을 얻어 보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보지만 좀처럼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김 양은 사실 지난해 5월에도 촛불시위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을 대통령께 위로의 편지를 보내 답장을 받은 적이 있다며 제 사연을 끝까지 읽어 주신 대통령 할아버지께 조만간 감사의 편지를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양에게 어머니가 일자리를 갖게 되면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환한 미소와 함께 이렇게 대답했다.

자장면과 통닭을 배불리 먹어보고 싶어요.



황금천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