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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뇌관? 저축 등 자산이 빚의 2배 대출 연체율 0.6%

가계부채가 뇌관? 저축 등 자산이 빚의 2배 대출 연체율 0.6%

Posted October. 10, 2008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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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한국이 검은 9월로 가고 있다.

지난달 1일 영국 더타임스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가운데 외채는 늘고, 9월에 국고채 만기가 집중되면서 한국의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9월이 시작하는 이날은 8월 초부터 증폭돼 오던 9월 위기설의 실현 여부에 시장의 촉각이 집중돼 있던 민감한 시기였다.

유력 외신의 보도는 시장의 불안 심리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다. 1일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8월 29일(1089.00원) 27.00원 올랐고, 이후 3일간 달러당 모두 59.50원이 올랐다. 국고채(3년물) 수익률은 8월 29일 5.77%에서 보도 다음 날인 2일 5.97%로 0.20%포인트 급등(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9월 위기설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국고채 상환도 문제없었고, 외환보유액에도 변화가 없었던 것. 진짜 위기는 열흘 뒤 한국이 아닌 미국 월가에서 시작됐고 영국 등 유럽으로 전염됐다.

#사례 2

2005년 4월 한국 정부가 5% 룰 강화 방침을 밝히자 외국계 펀드들의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는 투자자에게 투자 목적을 밝히도록 하고, 경영권 참여 시 자금 출처와 주주 구성을 공개하도록 했기 때문.

당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 허브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정신분열적 조치 경제 국수주의 외국 투자 규제 목적이라면서 날이 선 기사를 내보냈다.

5% 룰은 미국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고, 심지어 영국에서는 3% 룰이 적용되고 있던 상황.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외신과 외국 투기 자본의 의도적인 한국 흔들기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 직후인 4월 이 신문은 진로가 외국자본이 아닌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에 인수되자 한국이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최근 외국 언론들이 잇달아 한국의 금융 상황에 대해 문제를 삼고 나서면서 한국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반론 보도문을 내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서 취약해진 시장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당국과 금융 전문가들은 외국 언론의 지적에 대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하거나, 부풀린 측면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아예 허무맹랑한 보도가 아닌 경우에는 취약한 부분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으로 일시적 외채 상환 대응 가능

외신들은 최근 외환보유액과 총외채 규모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국가 전체의 대외채무 상환 능력을 문제 삼는 것이다.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397억 달러. 하지만 총외채는 4198억 달러다. 언뜻 보면 갚아야 할 돈보다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해외에 빌려줘서 언젠가 받아야 할 돈(대외채권)이 4225억 달러로, 총외채보다 27억 달러 더 많다.

게다가 총외채 4198억 원 가운데 실제 빚은 2612억 달러 정도라는 게 정부와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당분간 돌려줘야 할 필요성이 적은 채무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갚을 수 있는 조선회사 환 헤지 비용 수출 선수금 외국인 투자기업 차입금 등 1518억 원, 그리고 달러가 아닌 원화로 지급하는 외국인의 원화표시 국채통안채 매입액(518억 달러)을 뺀 수치다.

가계자산 많아 부채 상환능력 충분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민간부문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80%에 달해 과도하다고 보도했다. 가계의 채무건전성에 대한 시비다. 실제로 6월 말 현재 개인의 금융 부채는 781조 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말(276조 원)에 비해 2.8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비중 역시 56.2%에서 81.3%로 커졌다.

하지만 가계 채무건전성을 보려면 자산도 함께 봐야 한다. 개인의 저축과 증권투자액 등 금융자산 규모가 6월 말 현재 금융 부채의 2.22배로 부채를 갚고도 남는다.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45%에 이른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7월 말 기준 0.6%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가 하락 등에 따른 자산 디플레이션(가치 하락)이 복병이다.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그만큼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장기 적립식 펀드 세금 감면 조치 등 증시 부양책을 검토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같은 자산 디플레이션의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예대율 적정성은 논란 가능성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등은 은행의 예대율(예금액 중 대출액의 비중)이 높은 것을 들어 대출을 해 주기 위해 해외 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데 따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건전성을 따진 것.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금(873조 원)은 대부분 원화자금(973조 원)에서 조달되고 있어 대출 재원을 해외에서 조달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국내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매우 안정적임은 잘 알려져 있는데 예대율만으로 금융건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악의적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 또 금융위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예대율은 105.4%. 미국(112%)보다 낮다는 설명이다.

오랜 기간 외국계 투자은행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시중 은행 임원은 한국은 외환위기라는 전과가 있고 외환시장이 경제 규모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에 외신이나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주요 국가와 통화스와프 약정 등을 맺어 원화가 국제통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단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곽민영 정재윤 havefun@donga.com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