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미 안보의 적은 눈덩이 안보예산

Posted March. 28, 2008 07:33,   

日本語

지키는 사람 열이 도둑 하나를 못 당한다.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하는 미국의 처지가 이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지키는 사람 열 명을 먹여 살리는 재정이 악화되면서 미국의 안보가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온라인 잡지인 글로벌리스트 최근호는 로버트 호매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문의 저서 자유의 대가를 인용해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치르는 동안 미국의 국가안보를 뒷받침했던 건전한 재정정책을 되살려야 미래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태의연한 전략의 위험성=냉전시기 해리 트루먼 대통령처럼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국방 분야의 예산 삭감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사회보장비용, 의료보험, 연방 부채에 대한 이자 지출 등 필수 경비만 해도 재정수입의 60%에 육박한다(2006년 기준). 따라서 과도한 국방예산을 계속 지출해 적자 폭이 확대된다면 2015년에는 필수 경비에만 전체 예산의 3분의 2가 소요된다는 게 글로벌리스트의 추산이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여전히 이 같은 지출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초 의회에 제출한 2009회계연도(2008년 10월2009년 9월) 예산안에서 국방예산 5154억 달러(약 508조2200억 원) 외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으로 1781억 달러, 국토안보 보장 비용 376억 달러를 추가로 요구했다.

이 잡지는 빡빡한 예산으로는 미래의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며 자칫하면 정부의 부채 증가로 안보에 필요한 자금을 외국 자본 또는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냉전시대의 교훈=평화가 지속되거나 반대로 전쟁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이 없으면 국민은 국방비 감축을 요구한다.

문제는 냉전시대와 테러와의 전쟁시대는 다르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 예산 삭감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 효율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

냉전시대에는 군산복합체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출이 지나쳤던 분야의 예산을 삭감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갖 사회기반시설이 테러범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어 삭감 분야를 지정하기가 어렵고 자칫 국가적 취약성만 높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테러와의 전쟁이 민주주의 확산을 통해 테러범이 발붙일 곳을 없애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도 예산 삭감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자유시장 기구를 설립하고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등 민주주의 체제 지원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러와의 전쟁은 정규전과 달리 군사력의 우위가 전쟁에서의 승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비대칭전이다. 따라서 옛 소련과 나란히 군비 경쟁을 벌이면 됐던 냉전시대와 달리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비대칭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은 2004년 영국 외교관의 평가를 인용해 미국이 911테러로 5000억 달러 이상을 날린 데 비해 알 카에다는 50만 달러만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spear@donga.com